"잃어버린 고향…나 돌아갈래"
올해 우리 농촌은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수입 쌀이 식탁에 오르고 미국산 쇠고기도 다시 등장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한 WTO/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에서도 우리가 넘어야할 산은 너무나 많다. 또 농촌 인구는 갈수록 줄고 고령화는 사회문제로까지 떠올랐다. 농가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득은 지속적으로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과연 우리 농촌에는 불투명한 미래뿐인가. 식량주권을 포기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고 우리 농촌을 아끼는 마음이 저 들녘 가득 넘친다면 분명 희망은 있다. 본지가 2006년 새해부터 시도하는 '농촌체험관광-그린투어리즘'은 그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조그만 시도다. 이 불씨가 도시에서 농촌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번져 도농이 상생할 수 있는 힘찬 불꽃이 되기를 기대한다.
■새 고향이 생겼어요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주부 김영리(49) 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영천 자양면 보현산을 찾는다. 등산광도 아닌 김씨가 이곳, 보현마을을 찾는 것은 벌써 4년째다. 보현마을 주민들과는 이미 '가족'이 됐다.
김씨는 이곳에 들를 때마다 각종 채소류와 두부, 김치 등을 사간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아들 최성욱(19) 군과도 종종 함께 와 고추·감·밤을 따며 '데이트'를 즐긴다. 김씨의 권유로 '보현마을 팬'이 된 지인도 10여 명에 이른다.
김씨는 "안전한 먹을거리도 사고 친구도 사귀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일석삼조"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져 너무 좋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김씨처럼 자연 그대로의 농·산·어촌에서 그 지역 문화와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는 농촌체험관광객이 늘고 있다. 소득 향상, 여가활동 증가, 교통의 발달에 힘입은 측면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현대인으로선 당연한 '참살이'이다.
단순히 보고 먹는 관광에서 벗어나 '즐기고 체험하는' 농촌관광은 주 5일 근무제, 주 5일 수업제 확대 실시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국내관광객 가운데 농촌관광객 비중은 2002년 7.6%, 2005년 12.9%에서 2008년 18.6%, 2011년 24.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팀 이상호(33) 박사는 "농촌체험관광은 지속가능한 대안적 문화운동의 새로운 흐름"이라며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보완적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농촌관광은 '윈-윈'산업
농촌체험관광은 도시민뿐 아니라 농어민들에게도 실질적 도움이 된다. 농촌 그 자체가 상품인 만큼 농촌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고 기존 리조트단지 중심 개발과 달리 농촌 주민이 개발을 주도, 소득이 직접 돌아가기 때문이다.
농촌관광 활성화는 이농현상과 사회여건 변화에 따라 잊혀가는 전통문화와 풍습을 되살리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역설적으로 농촌관광의 성패는 얼마나 '농촌다움(rurality)'을 유지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의성 교촌농촌체험학교 송종대(38) 사무국장은 "농촌관광은 도시와 농촌이 갖고 있는 긍정적 가치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라며 "체험객들도 불놀이를 위한 나무를 그냥 제공받을 때보다 직접 벨 때 진정한 농촌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농촌관광은 또 인공적 시설보다 농촌지역의 잠재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자연환경 보전, 농업의 다양한 기능 유지 등 공익적 기여도가 높다.
경북도 정책기획팀 석태문(45) 박사는 "산림의 개발 대신 보존에 힘써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농촌관광마을이 된 일본 미야자키(宮崎)현 아야정(綾町) 마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농촌의 다양한 자원은 도시민들이 찾을 때 상승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70년대 초 전국 방방곡곡에서 불길처럼 일어났던 새마을운동이 지역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청도읍 신도1리가 바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하지만 한국사회 전체의 근대화운동으로 확대·발전했던 새마을운동의 '불씨' 경북 농촌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경북 농가의 전체 소득 2천699만2천 원 가운데 농외소득은 646만8천 원에 지나지 않아 30%에 그쳤다. 이 같은 소득액은 제주도(1천696만1천 원)와 경기도(1천636만4천 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경북도도 지난 2002년 이후 10개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조성한 데 이어 지난해 5개 마을을 새로 선정,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한 곳은 극소수다.
경북도 류승엽 농정국장은 "경북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유수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보면 접근이 불편하고 지역민들의 관심은 낮아 체험관광이 부진하다"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부문이 협력해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농촌관광 관련 사이트
이름 인터넷 주소
농촌관광포털 http://www.greentour.or.kr
관광으로 열어가는 지역 활성화 http://www.tourlab.com
한국관광농원협회 http://www.ktfarm.or.kr
한국농촌관광경영인협회 http://www.green-tour.or.kr
농촌자원개발연구소 http://www.rrdi.go.kr
도농교류센터 http://www.donong.co.kr
한국민박협회 http://www.indongcho.com
전국농업기술자협회 http://kafarm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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