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거주했거나 거주한 한국인들은 독일의 겨울이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습하지만 4월 중순부터 8월까지는 비가 적게 내려 환상적인 봄과 여름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지금 북해의 찬 바람이 부는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도 월드컵 기간에는 습도가 없는, 축복받은 날씨가 도시를 감쌀 것이다.
독일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는 북해로 흘러드는 엘베강 하구 100㎞ 상류의 양안에 있으며 유럽의 교통 요지이자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하고 있다. 170만여 명의 인구가 모여 살며 녹지 공간이 많아 살기 좋은 도시이다.
함부르크는 1189년 프리드리히 황제로부터 상공업에 대한 면세 등 특권을 받았고 1241년 한자동맹의 중심이 되면서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등과의 무역으로 성장했고 18세기 중엽 신대륙을 무역 대상으로 넓히며 번영의 기초를 다졌다. 시의 상징인 높이 132m의 첨탑, 장크트 미하엘리스 교회, 르네상스 풍의 시 청사 등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월드컵 경기장인 함부르크 경기장(AOL 아레나)은 예전 폴크스파크 경기장을 허물고 9천700만 유로(1천445억 원)를 들여 신축한 경기장인데 5만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관중석이 지붕으로 덮였고 경기장 시설을 전자 제어시스템으로 작동하며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아 유럽 내 최고 축구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인구 52만여 명의 하노버는 독일 10대 도시 중 하나로 독일 북부 저지대의 기름진 평야에 위치해 있으며 고무, 화학, 자동차, 기계 등 공업이 발달했으며 유명한 박람회가 많이 열린다. 중세에는 한자동맹에 속했으며 그 후 선제후령, 하노버왕국의 수도로 번영을 누렸다.
한자동맹은 13~17세기경 북쪽과의 해상 무역이 성행하던 시기에 무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해와 발트해 연안의 독일 도시들이 맺은 관세와 물품 통과 협정을 말하는 것으로 고대 독일어에서 유래된 말인 한자(Hansa)는 '무리, 그룹'을 뜻한다. 한자동맹에 속했던 도시의 시민들은 자동차 번호판의 도시 이니셜 앞에 한자의 'H'를 붙여 이러한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으며 함부르크나 하노버의 자동차 번호판은 'HH'로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내 곳곳에 드넓은 녹지가 조성돼 '초록 대도시'로 불리는 하노버시의 중심부에는 15세기에 건립된 구 시청사, 14세기에 세워진 마르크트 교회, 헤렌호이져 가르텐 등이 명물이다. 지금의 시청은 신시청으로 가로 100m 높이 100m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옛날 하노버 왕의 궁전 정원인 헤렌호이져 가르텐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과 비슷한데 유럽 최대 분수대(최고 약 100m 높이)를 볼 수 있다.
4만4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은 6월 24일 새벽 4시 한국과 스위스의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리는 경기장으로 6만4천 유로(945억 원)를 투자, 재건축되었다. 경기장에는 그라운드 밑 지하 예열 시스템과 배수 시스템이 완벽하게 돼 있으며 41㎡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과 고음질의 스피커를 통해 경기 정보를 제공한다.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이자 339만여 명이 사는 최대 도시이다. 배가 다닐 수 있는 슈프레강이 시가지를 관류하다 시가지 서부에서 하펠강과 합류하며 넓은 숲과 호수가 많아 도시 미관이 뛰어나다. '베를리너 루프트(베를린의 공기)'라고 부를 정도로 공기가 맑다.
독일 문화와 스포츠의 중심지인 베를린에는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유도 등 1천900여 개의 각종 스포츠 클럽이 있고 52만5천 명의 남녀 선수들이 등록돼 있다. 베를린 시내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 재통합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월드컵 결승전이 열리게 되는 올림피아 경기장은 나치 시대인 1936년 올림픽 주경기장, 1974년 독일 월드컵 경기장이었으며 60경기 이상의 국제 축구경기가 열렸고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의 홈 구장이다. 2억4천200만 유로(3천630억 원)를 들여 재건축된 이 경기장은 7만4천여 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이전에 2만7천여 석만 덮던 지붕이 전 좌석을 덮게 됐으며 지하 예열 시스템, 지하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