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반도 정세 어떻게 될까-북한 전문가 3인 특별기고

입력 2006-01-02 15: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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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체제 구축-신냉전 질서 갈림길"

새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펼쳐질까?

최근 몇 년을 통해 그랬듯이 한반도 정세를 움직이는 주동력은 역시 북핵문제이다. 북핵문제의 전개방향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러 4강의 대 남북한 및 상호 관계가 펼쳐질 게 분명하다. 북핵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비롯해 대북 및 대 4강과의 관계 설정 방향을 전문가 기고를 통해 내다본다. 편집자

◎ 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을 '시인했다'는 미국의 주장으로 재발한 2차 북핵위기가 3년을 넘기고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와 6자회담 불참선언'으로 촉발된 '한반도 6월 위기설'은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과 '9·19 공동성명' 채택으로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선 핵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경수로 제공을 핵포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입장 차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폐제조 의혹제기와 금융제재 등으로 6자회담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북한 내부의 강경기류와 미국 네오콘을 대변하는 강경파 입장이 맞서 공동성명 이후 북핵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9·19 공동성명'을 통해서 다자안전보장을 약속하고 공을 북한으로 넘긴 뒤 관망하는 정체국면으로 들어갔다. 이제 국제구조를 움직이려면 북한이 NPT 복귀 선언 등과 같은 북핵해결과 관련한 '주동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6자회담은 북-미 양자협상의 결과를 나머지 4자가 합의를 보증하고 이행을 지원할 수 있는 다자협의체이다. 따라서 북한도 선 핵포기를 '굴복'이나 '무장 해제'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선 핵폐기를 실현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고 이를 기초로 경수로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 지도부의 발상의 전환이 북핵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북한위협론 유지하에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북한 정권 교체 등 3가지 의도에 따라 이를 동시에 추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음에 따라 북한의 대미 불신은 여전하고, 북핵해법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2006년 한반도 북핵 정세를 전망하는 데 있어 중심적인 변수는 북·미 강경파의 득세 여부, 한·미·일 공조 여부,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 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협상파가 다시 힘을 얻고 한·미·일 북핵공조가 이뤄지면 북핵해결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남북당국 간 신뢰회복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북한이 체제위기 심화로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기 힘든 상황, 한국과 중국의 역할 증대,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 등의 변수를 고려해 보면 북핵문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은 전통적 우방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남북관계, 북·일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다.

2006년 남북관계의 주요 화두는 북핵문제, 인권문제, 정상회담 개최문제 등과 함께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논의 본격화가 될 것이다.

9·19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모색하는 등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한반도 평화문제를 남북한이 직접 협의하고,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별도의 포럼을 만들게 되면 냉전구조 해체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북·미 갈등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상호불신과 대립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남북 간에는 공존에 합의했지만, 북·미 간에는 공존을 합의하지 못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북핵위기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북한 생존전략의 충돌, 동북아 냉전구조의 유지세력과 해체세력 간 갈등, 그리고 주변 4강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경쟁과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질서구축에 유리한 고지확보 경쟁 등으로 단순화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서 동북아 냉전구조를 해체하느냐, 아니면 북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지속하면서 '신냉전질서'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북핵위기 하에서도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화해협력과 평화 프로세스를 일정 정도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교착되고 북·미 갈등을 지속할 경우 북한의 친중, 친러 가속화 움직임과 동북아 신냉전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남북관계 진전으로 남한을 통해서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되느냐, 아니면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서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한 경제위기 극복과 민족공동체 회복차원에서 남북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2006년 병술년 새해 한반도 정세 전망은 늘 그렇듯이 만만치 않은 과제다. 지난해 가을부터 몰려든 먹구름으로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북·미 간에 상대방을 겨냥한 칼날이 매우 날카롭다. 단기간 내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달러 위폐와 마약 밀수 등을 내세운 미국의 대북 압박 공세는 전례가 없을 정도이다.

또한 일본과 중국 간 외교적 마찰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은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등 동북아 정세에 있어 한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한미동맹에서도 위폐와 북핵 정책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공공연히 노출되고 있다.

도전없는 시대가 없었지만 병술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응전은 난제다. 결국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과 통제 불능 변수들로 가득하여 예측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설때 북한의 핵보유 선언(2·10)으로 악화한 북핵 사태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호전과 반전을 거듭했다. 상반기 교착 상태는 남측의 대북 송전 200만㎾ 제안과 각국의 북핵 해결 의지 등으로 간신히 벗어났고, 9·19 공동성명으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수로 제공 여부를 둘러싸고 북·미 양측은 주도권 장악을 위해 치열한 공방을 전개했다. 북한은 선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며 11월 5차 회담에서 미국과 평행선을 달렸다. 경수로를 보장받기 전에는 북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5단계 해결책을 미국에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북핵 포기가 가시화하지 않으면 경수로 제공은 논의조차 할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로 5차회담은 2단계 회의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후 북·미 양국은 장외에서 힘겨루기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이 풀리지 않음에 따라 비군사적 분야에서 대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인권대회 개최를 통해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동시에 마약 밀매와 위폐를 집중 제기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 주장을 날조라며 강경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북한은 12월 20일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에 대해 영변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 재가동을 들고 나왔다. 미국이 인권, 마약 밀매, 달러 위조 등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인다면 핵억제력 강화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북한 외무성의 핵보유 선언(2·10)을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서 북한이 비핵화 원칙을 정한 '9·19 공동선언'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와 달리 북한의 주장을 인위적으로 무시했다. 2·10 핵보유 선언이 서울과 워싱턴을 긴장시켰지만 핵활동 강화 선언(12·20)은 반복되는 강성 발언에 불과하다며 무관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고 독자적인 압박 전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미국은 달러 위조와 마약 밀매 혐의는 6자회담과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폐는 명백한 범죄행위로서 묵과할 수 없으며 특히 지난해 위폐 사용량이 4배 증가한 것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미묘한 시기에 미국이 위폐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워싱턴의 강경파들이 북핵 협상보다는 압박을 통해 평양의 백기 투항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부작용이 적지 않은 군사적 압박보다는 위폐, 인권 등 비군사적 압박을 통해 독재정권을 고립시키는 것은 미국의 고전적인 외교 전략이다.

미국이 비군사적 공격을 시도하고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구도는 결국 양측의 거부감 때문이다. 양국 간에는 불신의 강(river of mistrust)이 아니라 불신의 바다(sea of mistrust)가 있다. 양측은 뉴욕 채널은 고사하고 제3자를 통한 간접대화조차 중단 상태에 있다.

병술년 남북관계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민족공조 전략하에 움직이겠지만 북핵의 한계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난국 타개 등을 위하여 정상회담 카드 등을 적극 검토하겠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북·미 양측의 대결 구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중·일(中·日) 간 대립 심화와 함께 한반도 정세는 저기압에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병술년, 공존 속에 화합이 완성되는 주역의 수화기제(水火旣濟) 운을 기대해본다.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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