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학생'오든지 말든지' 타 대학 유치 노력과 대조

입력 2006-01-02 1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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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 실력 못 내세워

"70년대 경북대 법·상대는 연·고대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에 소재한 어느 대학보다도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대구지역 대입학원 진학 담당자들이 전하는 경북대 위상 추락은 심각했다. 교수, 교직원 할 것 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70, 80년대만 해도 경북대 법학과 80명 중에 4, 5명은 서울대 실력의 학생이었고 이들이 리딩 그룹이 돼 학교 위상을 높였다"며 "현재는 커트라인에 옹기종기 모인 형국"이라고 말했다.

지난 1976년 대학입시자료를 보면 당시 경북대 법학과는 전국 주요대학 학과 130곳 중 고려대 무역학과에 이은 14위로 명실공히 '서울대·고법(고대 법대)·연상(연세대 상대)'에 이은 명문 학과였다. 부산대·연세대 법학과보다 성적이 높았다. 경북대 의예과는 고려대 의예과보다 커트라인이 높았다.

그러나 2006년 경북대 법학과는 경희대 법학과보다 지원점수가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북대 의예과는 타 대학 의예과와 자리가 같아졌다.경북대에 출강하는 한 강사는 "수업중에 잠을 자거나 공무원 수험서를 펴 놓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사범대 한 교수는 "학생 질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교수들의 수업연구가 태만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의 명문대는 물론이고 지역 사립대도 우수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지난해 겨울 학생들과 서울대에 견학 갔더니 직원이 정문까지 나와 안내하며 교수회관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잠까지 재워주더군요."

대구시내 한 재수학원 원장은 "학원에 찾아온 포항공대 직원이 학생 10명을 앉혀놓고 4, 5시간씩 학교 홍보를 하더라"면서 "서울대 갈 학생 1명만 마음을 움직여도 성공이라고 말해 또한번 놀랐다"고 전했다.

경북대 한 단과대학 학장은 "한강 이남 최고대학 운운하는 분위기가 경북대를 더욱 과거지향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경북대의 맨파워나 명성이 그나마 남아 있는 지금, 우수한 인재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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