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여받은 2006년 365일의 둘째 날이다. 새해라고 해서 특별히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만큼 외형적으로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와 불미스런 사건이 꼬리를 문 지난해, 대구'경북민은 고통의 세월을 살았다. 부산'인천'광주처럼 도시의 경쟁력과 지역민의 프라이드를 한꺼번에 높여주는 프로젝트로 대박을 치기는커녕, 대구에 산다는 사실이 창피스러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뭐하나 시원하게 추진된다 싶은 구석 없이 힘든 세월을 살아온 지역민들이 병술년 시무식을 하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씨앗 하나를 심었다. 각자 마음에 심은 희망의 씨앗이다. 그 희망의 씨앗은 어제와 다른 변화를 갈망한다. 더 소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미 가진 작은 것 하나 떼어내 나눌 수 있는 행복을 꿈꾼다. 굳어져 옹이 박인 모순과 부조리를 털어내고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세상을 기대한다.
◇희망의 씨앗은 그저 뿌린다고 자라지 않는다. 어제의 연속처럼 오늘을 보내고, 내일은 또 오늘의 연장으로 그쳐 버리면, 희망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작지만 가꾸고 보듬어야 역사의 지평을 새롭게 열 수 있다.
◇대구'경북의 2006년은 이 희망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 사는 사회가 별안간 달라질 수는 없지만 수없이 겪어온 지난 나날과 다른 세월을 열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역민들에게 유난히 두드러지는 눈치와 질투를 좀 줄여보자. 올해는 다른 사람이 잘되도록 해 보자. 잘되는 기업 흔들지 말고, 잘 나가는 인사 질시하지 말고, 그들이 성공하여 고물(이익)을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대구의 관(官), 언(言), 학(學)계가 사심없이 도와주자.
◇미국의 보스턴을 강한 도시로 만드는 힘의 원천은 '위대한 보스턴 만들기'라는 민간 위원회이다. 이 단체는 보스턴에서 기업을 해보려는 이들에게 조건을 묻고, 그 조건에 가장 합당한 입지를 선정해주고, 온갖 절차상 편의를 제공한다. 물론 무료다. 그러나 이 기업이 성공하면 이익의 일부를 위원회에 자발적으로 낸다. 이익의 순환으로 지역은 발전한다. 달라질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남을 도와주면 내가 잘사는 희한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남을 잘 살도록 도와주는 지역민이 위대한 도시를 만드는 주역이다.
최미화 논설위원 magohalmi@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