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머리부터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연말 의정 사상 처음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올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더니 새해 들면서 당권 경쟁과 지방 선거 일정에 휩싸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계속 국회 밖에서 사학법 반대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태세다. 이 같은 정국 경색은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한 국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집권 여당과 거대 야당이 서로 등을 돌린 게 아니라 국민에게 등을 돌린 셈이다.
예산안만 해도 한나라당은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에 20조 원에 가까운 빚을 내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9조 원 삭감을 밝혔었다. 결국 한푼도 깎지 못했으니 국회는 국민에게 막대한 빚을 떠안기며 정부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승인한 꼴이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처리도 한나라당의 견제를 기대한 국민 입장에서 보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 생활에 직결인 사안을 여당 멋대로 '북 치고 장구 치는' 국회는 있으나마나다.
청와대는 정동영'김근태 두 대권 주자의 사퇴에 따른 후속 인사를 겸해 5개 부처 안팎의 개각을 서둘렀다. 다음달에는 또 지방 선거 출마 장관들의 공백을 메우는 2차 개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완전히 열린우리당 뒤치다꺼리에 바쁜 형국이다. 열린우리당도 두 대선 주자의 복귀로 다음달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이런 판이니 민생 정치는 어디 가서 찾아야 할 것인가.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의 새해 바람은 경제 회복, 일자리, 빈부 격차 해소 등 민생 경제가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정치권 신년 모임은 지방 선거 승리의 구호뿐이니 한심스럽다. 집권 세력부터 민생 정치 복원에 전심전력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는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