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의문들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의 분노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번 불의 원인은 무엇인지, 왜 초기 진화에 실패했는지, 소방설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 의문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상인들은 이제 경찰이 이를 명확히 짚어, 책임여부를 가릴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불, 왜 났나?
화재의 최초 목격자들은 지난 사흘 동안 경찰조사에서 "건물 안에서 밖으로 불이 났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대화재가 2지구내 1층 한 점포에서 최초 발화했고, 전기누전 또는 합선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배제했었다.
그러나 출동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 당시 지하상가, 계단 복도 등에 수십명이 있었다"고 밝혀 방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게 됐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은 이와 관련, 2일 오전 서문시장 2지구현장에서 감식작업을 벌였다.
◆불, 왜 커졌나?
상인들은 "바로 코 앞에 소방파출소가 있었는데 왜 초기진화가 안됐나?"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이에 대해 소방관들은 "경비원들이 소방파출소와 연결된 인터폰을 바로 울리지 않았다"면서 "일단 소화기로 불을 끄려다 실패한 뒤에야 신고가 접수돼 이미 초기진압 가능 시기를 놓쳐버렸다"고 밝히고 있다. 신고가 늦는 바람에 셔터 문을 부수고 상가 내에 진입했을 땐 연기가 자욱해 도대체 어디에서 불이 났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
◆소방설비 먹통이었나?
상인들은 "2지구는 1997년 이후 리모델링을 통해 단계적으로 점포당 수백만 원을 투자해 스프링클러를 달았고 해마다 소방점검을 벌였다"며 "그러나 정작 불이 났을 땐 지구내 안전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2지구 지하1층~지상 3층까지 소방안전 설비는 스프링클러 3천217개, 자동화재 탐지설비 161개, 유도등 62개에 이르고 방화벽, 방화문을 갖춘 방화구역도 6곳에 이르고 있다.
상인들은 "화재 감지기가 정상적으로 울렸고 유도등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소방관들이 제 때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다"며 "또 스프링클러와 방화구역만 제 역할을 다 했어도 피해 규모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소방본부는 "스프링클러에서 뜨거운 물이 흘러 나왔다는 출동 소방관 보고가 있었지만 실제 스프링쿨러 작동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한편 방화구역 내 방화문은 사람이 통과할 때만 열리고 평상시엔 닫혀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서문시장을 비롯, 대구시내 상당수 재래시장은 장사구역을 넓히기 위해 방화문을 활짝 열어 둔 채 물품까지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화재의 '불통로' 역할을 해버린 통풍 덕트에 대해서도 소방서 관계자들은 "건축법에서 규정한 사항이라 소방점검 대상에서는 제외, 통풍덕트에 대한 규제는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의문은 풀릴까?
서문시장 2지구 화재에 대한 조사는 경찰과 소방방재청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대구 소방본부는 "지난 31일 오후 소방방재청 조사분석팀 8명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 화재원인은 물론 화재 예방점검, 초기 대응, 화재 진압과 관련한 1차 조사를 끝마쳤다"며 "객관적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책임시비를 분명히 가리겠다"고 밝혔다.
대구경찰청도 "이날 불을 처음 목격한 경비원과 최초 신고접수 소방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CC-TV가 단 한 대도 없어 정확한 판단 근거를 마련하기가 쉽잖다"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2일 화재감식에 들어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면 일단 의문점들이 하나 둘 풀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