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2지구 건물 붕괴 조짐…화재원인 조사 지연

무려 20시간 넘게 타오르며 1천억 원대의 피해를 낸 대구 서문시장 대화재가 30일 오후 진화됐다. 하지만 화재 여파로 서문시장 2지구 건물이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상인들의 향후 영업 지속여부가 불투명해졌으며 화인규명 등 경찰조사도 늦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오후 10시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2지구 화재는 30일 오후 5시57분쯤 일단 진화됐다.

불에 잘타는 섬유제품들이 끝없는 연쇄 화재를 일으키는데다, 유독가스와 건물 붕괴 위험에 따라 소방관의 내부 진입이 어려워 이번 화재는 진화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식당가, 대형마트가 있는 지하 1층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지만 1층(침구의류), 2·3층(원단·포목)은 거의 모든 점포가 소실, 2지구 전체 1천60곳 점포 가운데 90% 이상이 전소된 것으로 대구소방본부는 추산했다.

◆건물 붕괴 우려

대구 중구청은 30일 오후 2지구 건물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 '붕괴위험' 판정을 내렸다.

중구청에 따르면 길이 125m, 폭 45m에 이르는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 2지구 상가는 29일 밤부터 2층 일부가 먼저 내려앉으면서 3층까지 덩달아 가라앉고 있는 상황. 기둥, 보, 바닥의 추가 붕괴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방 인력들이 건물 내부 진입을 중단했으며 건물 내부에서 화인조사를 벌이려던 경찰 감식팀 진입도 잠정 중단됐다. 대구경찰청 홍영규 강력계장은 "30일로 예정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화재감식을 1월 2일로 미뤘으며 상황에 따라 다시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누전 또는 전기합선에 의한 화재로 보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감식팀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화인 수사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소방안전시설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조사진행도 힘들어졌다.

◆피해보상

피해 상인들은 정확한 피해보상액 집계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인들의 피해는 크게 점포와 원단·포목 등 점포내 물품, 영업장부 3가지.

상인들은 3가지를 모두 합하면 2, 3평형 기준으로 점포당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최소한 1천억 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점포 경우엔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 정확한 피해집계가 가능하지만 개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원단이나 영업 장부를 잃은 상인들은 피해 규모를 밝혀내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업장부를 소실한 2, 3층 원단포목 가게 상인들은 "원단 포목가게들은 타 지구 기성복 상가와 달리 '외상'이 주를 이루는 도매 점포여서 영업장부가 재산상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며 "영업장부가 불에 타 거래처 기록을 잃어버리면 영업장부 손실로만 많게는 수천만 원의 재산피해를 입게된다"고 말했다. 한편 상인들은 2지구 붕괴가 가시화됨에 따라 상당 기간 정상영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