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3천원의 행복을 누리세요"

입력 2005-12-31 11:10:20

30일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에서 '엄마' 병상을 지키고 있던 박지민(17·가명)·지현(13·가명) 자매에게 '천사 아저씨'들이 찾아왔다. (주)무림제지(대구 북구 침산동) 직원들이 모은 660만 원을 엄마 치료비에 보태라며 전달한 것.

남편 없이 아파트 용역 청소원으로 일하며 자매를 키워온 엄마는 지난 10월 '백혈병' 선고를 받았다. 월 20만 원짜리 전세방에 사는 이들에게 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병원 치료비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은 북구 침산3동 동사무소를 통해 무림제지 아저씨들에게 알려졌다.

"노조원들은 4년 가까이 어려운 이웃을 도와왔습니다. 그동안 모아둔 300만 원이 있었는데 자매의 딱한 사연을 듣고 보니 가만이 있을 수 없더군요." (김재진 노조위원장)

회사도 300만 원을 보탰다. 자매를 도우려는 사랑의 불길은 더욱 번져나가 회사 간부들도 지갑을 털어 60만 원을 만들어왔다.

무림제지 노조원들의 이웃 사랑은 지난 2002년 4월부터 시작됐다.

노조 회의에서 기업이윤의 일부를 동네 주민들과 나눠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월급 떼기'가 시작됐다. 모두 월 3천 원씩을 떼서 매년 600만 원이 모였다.

'첫 선물'은 공장 청소부로 일하다 나이가 너무 많아 일을 그만 둔 이미옥(72) 할머니에게 돌아갔다. 갑작스레 아들을 잃고 홀로 두 손녀를 키워 온 할머니. 이 회사 노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손녀가 지난 달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지난 3년 8개월 동안 매달 20만~30만 원씩을 할머니에게 전했다.

병술년 새해. 노조원들은 생활비 지원 대상을 3가정으로 늘린다. 한 살 더 먹는데 3천 원에서 4천 원으로 공제분도 늘렸다. 월 60만 원을 모금, 각 가정에 월 20만원씩을 전달한다.

지민, 지현 자매와 함께 노조원들의 체온이 전달되는 나머지 2가정은 어릴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까지 가출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조손가정.

무림제지 사람들은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당장 5천만 원에 이르는 지민, 지현 자매의 엄마 수술비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림제지 노조 김용국 사무국장은 "월 3천 원으로 이렇게 기쁘고 좋은데, 새해엔 작은 온정을 주고 받아 우리 사회가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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