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대화재> 불 왜 커졌고, 진화 왜 늦었나?

입력 2005-12-30 10:33:54

원단점포 다닥다닥…불쏘시개 됐다

29일 밤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2지구 화재는 완전 진화까지 무려 10시간 이상 걸리는 초대형 화재였다. 사실상 3층 건물 전체를 상당 부분 초토화시킬 만큼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불 확산 왜 이리 빨랐나?

경찰조사 결과, 최초 화재신고는 29일 밤 10시 5분쯤(경찰추정 발화 시간은 10시쯤) 이뤄졌다. 2지구 경비원(59)이 불을 처음으로 발견,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고, 진화가 어렵자 곧바로 신고했다는 것.

이어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소방관들은 최초 출동 당시 상가셔터가 내려져 있어 곧장 현장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초기 진화가 늦어졌다는 것.

더욱이 초기 진화를 맡아줄 스프링클러가 이 상가에는 설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물건을 꺼내러 현장에 들어갔던 상인들은 "스프링클러가 작동 안 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출동 소방관들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불길이 너무 세 아무 효과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상가 내부구조도 불의 빠른 확산을 도운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 화재를 차단할 방화문에까지 물품이 가득 쌓여 실제 화재 때는 무용지물로 전락했으며, 곳곳에 쌓여있는 원단 등 화학섬유류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상가 곳곳에 설치된 통풍 덕트도 화재 확산에 한몫을 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1층 쪽에서 발화해 2, 3층으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고층으로의 불의 확산에 덕트가 공기유입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덕트가 낡아 곳곳에 틈이 벌어졌고 이 틈으로 불길이 번져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것.설 대목을 앞두고 상인들이 재고를 가득 쌓아 놓은 것도 불의 확산 속도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진화는 왜 이리 더뎠나?

이날 서문시장 전체에 메케한 냄새가 가득했다. 화학섬유 원단 등이 타면서 뿜은 연기 탓이었다. 결국 소방관들이 유독가스 때문에 빠른 화재 진압을 하기가 어려웠다. 불길에 접근하기 어려워 근접 진화가 힘들었다는 것.

소방차가 요리조리 종횡무진 누빌 수 없는 시장 내 구조도 더딘 진화에 한몫했다. 이날 서문시장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는 2지구 앞 소방도로에 일렬로 늘어섰다. 양편에 노점 손수레가 놓여있어 소방차 교행은 아예 불가능했고 대형 소방차 1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였다.

소방관들은 진화가 어려워지자 30일 새벽부터는 2지구 인근 건물로 불이 번지는 것만 막는 방식의 진화로 돌아섰다. 불의 세기가 너무 강해 적극적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소방관들은 화학섬유 원단이 많아 아무리 물을 뿌려도 또다시 살아나길 반복한다고 진화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결국 이날 서문시장 대화재는 기본적인 소방점검을 제대로 한 뒤 소방안전 시설을 갖췄으면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었으며, 소방안전에 취약한 재래시장의 '현실'을 다시 한번 반영하는 것이라고 소방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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