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바꿔치기' 주장에도 의문점 다수

입력 2005-12-29 11:10:26

'진짜' 줄기세포 흔적없이 소멸…바꿔치기로도 볼 수 없어

검찰이 황우석 교수팀이 주장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르면 다음달 초 착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황 교수팀의 '바꿔치기' 주장을 둘러싸고도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관심을 끄는 사안은 황 교수가 말한 '바꿔치기'란 말 자체. 황 교수 측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도 이 상황을 진짜와 가짜 사이의 바꿔치기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황 교수 측은 김선종 연구원 등을 '범인'으로 지목한 검찰 수사 요청서 등을 통해 김 연구원이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 연구실에 가져와 복제배아에서 떼어내 초기 배양을 준비 중이던 황 교수팀의 세포덩어리에 섞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양접시 하나에 황 교수팀의 세포덩어리와 미즈메디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섞으면 생존력이 약한 황 교수팀 세포는 죽어버리고 미즈메디 줄기세포만 왕성히 자라게 된다. 결국 미즈메디 세포만 남게 돼 '바꿔치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은 바꿔치기와 다르다. 바꿔치기란 진짜를 가짜로 뒤바꾼 뒤 진본은 어딘가로 빼돌렸다는 뜻이다. 그러나 황 교수 측 설명을 따르면 진짜 세포는 가짜의 기세에 눌려 죽어버렸다.

이 사건은 진짜와 가짜 사이의 바꿔치기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가짜로 완전 '대체'인 셈이다. 진본 세포는 이미 배양접시 안에서 완전히 사멸(死滅)돼 그 존재 자체를 증명할 길이 없다. 즉 원래부터 연구실에 가짜인 미즈메디 세포만 존재했는지, 가짜를 진짜로 감쪽같이 대체했는지도 판정하기 힘든 정황인 것이다.

이 사건을 지난 22일 검찰에 의뢰한 황 교수팀의 변호사는 "'대체'라고 봐도 될 상황이고 검찰에 낸 수사의뢰서에는 바꿔치기란 말은 쓰지 않았다"며 "모든 진실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 등은 왜 가짜 몰랐나=줄기세포 전문가들은 세포덩어리와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가 뒤섞였다면 현미경으로 매일 아침 세포 상태를 확인했다는 황 교수팀이 이 사실을 곧바로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포천중문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정형민 교수는 "이미 수립된 수정란 줄기세포의 경우 증식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라 5, 6일 사이에 엄청나게 불어나지만 복제배아 세포덩어리는 이에 비해 성장이 크게 떨어진다"며 "이는 (현미경을 이용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도 "황 교수팀의 세포덩어리가 20여 개의 세포가 뭉친 형태인 반면 미즈메디 줄기세포는 수천 개의 세포가 합쳐진 '콜로니' 상태"라며 "연구팀이 이 둘을 바로 구분 못했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DNA 검사는 다 허구인가=진본 세포가 미즈메디 것으로 대체된 점을 지난 11월 18일 전까지는 몰랐다는 황 교수팀 주장을 사실로 인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황 교수팀이 지난 3월 1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제출한 논문에는 11개 줄기세포의 DNA 데이터가 환자의 체세포와 모두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 측의 주장대로 초기 배양 중인 세포가 엉뚱한 미즈메디 측 세포로 바뀌었다면 이 논문의 DNA검사 결과가 '불일치'로 나와야 한다. 문제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논문의 데이터를 모두 허위로 썼다고 가정해도 최소한 세포들에 DNA검사를 했다면 논문을 내기 전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김선종의 동기는 무엇=김선종 연구원이 왜 황 교수 연구실에서 배양 세포를 미즈메디의 것으로 둔갑시켰는지도 의혹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서울대 소속 연구원도 아니었던 그가 외부인의 불편한 처지를 무릅쓰고 당시 연구실에서 세포 대체를 감행할 만한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도 "서울대 연구실을 출입하는 ID카드도 없었고 작업 때는 항상 황 교수 측 연구원과 함께 동행했다"며 "황 교수팀의 셀(세포)을 가져간다고 해서 내게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 측은 김 연구원이 ▲복제배아에서 떼어낸 세포덩어리의 배양을 맡았다는 점 ▲배양 용기를 직접 미즈메디에서 가져왔다는 점 ▲가짜 세포가 미즈메디에서 공개를 안 한 세포인 점 이외에는 그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팀의 자작극"=김 연구원과 같은 미즈메디 병원 출신으로 황 교수 연구팀에서 일한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는 28일 이번 사건을 황 교수 측이 직접 꾸몄을 수 있다고 주장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윤 교수는 프레시안 등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 측 연구원들이 배양훈련을 위해 4, 5개월씩 미즈메디 병원에 있어 이 과정에서 미즈메디 세포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황 교수팀에 유입됐을 수 있다"며 "김 연구원 모르게 황 교수팀의 누군가가 미즈메디 병원의 줄기세포로 바꿔치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즈메디 줄기세포는 6개월에 한번씩 DNA지문 분석을 해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며 "바꿔치기 주장은 그런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 연구팀에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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