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국선 전담 변호사

입력 2005-12-29 11: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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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공소장 외에는 다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변론을 준비하기가 힘들었다. 변론 기일 연기를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들어주지 않았다. 사선 변호사였다면 그런 식이었을까." "한 달에 620만 원 받아 직원 월급과 사무실 운영비 대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사무실을 못 둬 커피숍에서 의뢰인을 만나고 집으로 서류 뭉치를 들고 간다."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선전담변호사제. 이들의 하소연은 걸음마 수준인 공적 법률 서비스의 현주소다.

◇한 국선 전담 변호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굳이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돈 없고 '빽' 없는 피고인들을 구제하자는 공익적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맡고 보니 사건이 너무 많아요. 대우는 열악한데 항상 시간에 쫓기고 있으니 힘듭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그렇지만 다양한 형사 사건을 접하고 이 분야에서 전문적 역량을 쌓고 있어 계속 해 볼 작정"이라고 했다.

◇헌법은 형사 피고인이 돈이 없는 등의 사유로 스스로 변호사를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이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국선 변호사가 생겨났지만 낮은 보수에다 딴 사건에 눈을 팔아 변론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아예 개인적 사건은 맡지 못하는 조건의 국선전담변호사제를 도입했다.

◇대법원은 월 25건 수임 기준으로 625만 원의 보수를 고정화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에다 변호사 급증으로 수입이 주는 판에 국선 변호의 대우가 달라지자 지원자가 몰렸다. 여기에다 변론이 충실해졌다는 평가가 겹쳐지면서 대법원이 내년부터 확대 시행을 결정했다. 숫자를 현 20명에서 40~50명으로 늘리고 계약 기간도 2년으로 연장해 월 보수를 8백만 원 수준으로 높였다.

◇그랬더니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두 배로 늘었다. 28일 마감 결과 20~30명을 뽑는 1차 모집에 모두 102명이 지원했다. 부장판사 부장검사 출신 5, 6명도 원서를 내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한다. 실력 있는 법조인들의 지원은 소외 계층을 위해 매우 고무적이란 반응이다. 하지만 형사 사건의 70~80%를 국선 변호사가 맡는 선진국에 비해선 멀었다. 이렇게 좋은 제도라면 더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른 분야 못지않게 예산을 집중해 국선 변호의 혜택을 넓히는 것 또한 이상적 복지 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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