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도청파동 이어 장외투쟁…갈등의 해
정치개혁을 표방하며 출범한 17대 국회였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정치권의 갈등은 그 어느 해보다도 심했다. X파일과 불법도청, 행정중심복합도시 헌재 판결, 사학법 처리 등 정치적 이슈들은 물론 기생충 김치 파동 및 부동산 대책 등 사회적 문제들도 여야의 핵심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우선 여당의 4·30 재보선 참패 이후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정치권은 한동안 시끄러웠다.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던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야당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반대했지만 노 대통령은 연일 발언의 강도를 높여가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과도 충분한 협의를 거친 것이 아니어서 여당 일각의 내분도 일었다. 한나라당의 철저한 '무시 전략'은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고 결국 노 대통령은 사실상 연정론을 철회했다.
5월 초에는 행담도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 냉각기가 본격화했다. 한나라당은 '행담도 게이트'로 규정하고 권력형 비리로 몰아세우며 파상 공세에 나섰다.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이 연루된 의혹의 진위 여부는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한나라당은 현재까지도 대립각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행담도 비리 의혹은 최근의 오포 비리 의혹과 맞물려 논란이 확산됐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기강과 도덕성이 결여된 전형적 권력비리로 몰아붙이며 공세를 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손학규, 한현규, 박혁규, 김용규로 이어지는 '규브라더스'의 집단범죄라고 역공했다.
6월 휴전선 철책선 부근 한 부대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을 계기로 여야는 또 한번의 일전을 치렀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크게 부각시키며 파상 공격에 나섰고,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사고 수습안 및 군부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파문의 확산을 경계했다.
정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7월 불거져나온 X파일 도청 파문으로 여야 대치는 극에 달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옛 안전기획부 내 불법도청조직인 '미림팀'이 정·관·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을 무차별 도청한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가 뇌관이었다. 이 사건으로 홍석현 전 주미 대사가 취임 한 달만에 물러났고, 삼성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야 논란의 불씨는 지금도 남아 있다.
이어서 터진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 도청 의혹 때문에 신·구 여권이 갈등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현 정부와 국민의 정부 간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호남 민심의 기류가 급변하는 등 여권 내부는 혼란에 휩싸였다.
정치 하한기인 8월과 9월에도 여야는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과 기생충 김치 파동으로 설전을 치렀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종합부동산세 등 세부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기생충 파동의 경우 한나라당이 정부의 위생관리 실태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폈다.
초겨울 처리된 쌀 비준안으로 탄핵 때 보였던 '몸싸움 국회'가 재연됐다. 민주노동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힘의 논리에 부딪혀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강기갑 의원은 단식에 돌입했고 민노당 의원 전원은 본회의장 앞에서 반대 데모를 열었다.
쌀 비준안 처리 바로 다음날 헌법재판소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합헌결정으로 한나라당은 또다시 대여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최근 여당이 사학법 처리를 강행하자 12월 정기·임시 국회는 식물국회가 돼 버렸다. 한나라당은 국회를 뛰쳐 나와 장외투쟁에 집중하고 있고 여당은 단독국회 강행 의지를 밝혔다. 예산안마저 단독 처리된다면 여야 갈등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에는 각 당의 내분도 적지 않았다.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지도부는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에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내려왔다. 이후 4·2 전당대회에서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이 선출됐지만 문 의장 역시 두 차례에 걸친 재보궐 선거 참패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나라당에서도 지난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전재희 의원은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수도분할반대투쟁특위 소속 의원들은 강력히 반발하는 등 분당 직전까지 가는 갈등을 겪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