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인구 '수도권 집중'

입력 2005-12-28 11:46:25

중국에선 가난 때문에 결혼 못한 청년을 '빈 가지'라 했다. 청나라 말기엔 홍수와 가뭄'궁핍에 찌든 동북부의 화이페이 지방에서 '먹는 입 하나'라도 줄인다며, 갓 난 딸아이를 죽이는 일까지 있었다. 그 결과 성비 불균형으로 제때 장가가지 못한 '빈 가지'들의 불만이 급기야 정치적으로 폭발했다. 1851년에 터진 '녠 반란'이 그것이지만, 단순한 과거사로만 볼 수 있을까. 우리도 지난날 '남아 선호'로 성비 불균형을 이뤄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2005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여성 인구가 35년 만에 남성을 앞질렀다. 얼마 전까지 여성 납치 강간 살인이 늘고, 성적 불만에 가득 찬 총각들이 사회 불만 세력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반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인구 변화 추세가 말하듯이,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역, 특히 농'어촌 총각들의 장가들기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국토 균형 발전이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시의 경우는 어떤가. 11월 1일 현재 실제 거주 인구가 246만1천783명으로 밝혀졌다. 2000년에 비해 0.8%(1만8천795명) 줄어들었다. 총 가구 수는 7.3% 늘었으나 한 집 식구 수는 평균 2.94명으로 사상 처음 3명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구'군별로는 달서구가 59만3천여 명(24.1%)으로 가장 많고, 중구가 7만5천여 명으로 가장 적다.

◇전국의 인구는 4천725만4천여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11만8천여 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경기도는 16%가 늘어나 전체 인구의 22%(1천만419명)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20.7%(980만여 명)의 서울을 제쳤다. 대전시'광주시'울산시'인천시 등 '뜨는 도시'들은 느는가 하면, 서울'인천'경기는 전체의 48.1%에 이르러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해졌다. 그런데 대구시는 추락하고, 경북은 3.5%나 줄었다.

◇여성이 많아지는 데 따르는 성비 불균형, 농'어촌 지역 총각들의 장가들기 등도 걱정되지만, 인구의 수도귄 집중 현상은 이와 맞물리기도 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농'어촌의 경우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게 된다면 균형 발전은 그야말로 '구두선'일 뿐이다. 최근 대구시는 국가 균형 발전 특별회계 배분에서도 전국에서 거의 꼴찌 수준으로 나타났다. 농'어촌뿐 아니라 대구의 앞날도 걱정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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