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시평-위기의 구미공단

입력 2005-12-28 11:50:13

2005년 구미 경제의 한 해를 돌아보면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연초 세 자리까지 하락했던 환율과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으로 인하여 지역 경제의 염원이었던 300억 불 수출 달성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환율이 1천30~1천50원 박스권의 안정세를 보이면서 IT 경기가 회복되고 8월부터 두 자릿수의 증가세로 300억 불 달성이 가시화되자 지역 경제 전체는 자축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300억 불 수출은 우리 나라 수출의 12%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85%를 차지하여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구미 수출 비중이 6%, 무역수지 흑자 비중 8.9%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휴대전화, LCD 등 IT 산업의 성장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동기간 중에 전자 산업 다음으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섬유 산업이 지역 수출 비중 10%에서 현재 3%까지 축소되어 업종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대'중소기업 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300억 불 달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4월 정부가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역 경제는 자축하는 분위기보다는 침제 분위기로 더욱 가라앉고 있다. 지역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서명 운동 전개, 대구'경북 규탄 집회, 상경 시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지역 경제에 대한 위기감으로 시민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구미공단 살리기 범시민 결의 삭발 신청에 1천 명 이상 시민이 참여한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지역민의 위기 의식은 후발 개도국과의 경쟁 심화로 지역 섬유 산업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일부 기업은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이제는 전자 범용 제품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구미공단이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때 잘나가던 기업이 문을 닫아 근로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구조조정에 따른 극심한 노사 간의 대립을 IMF직후부터 직접 체험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구미공단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취약 품목의 해외 이전에도 불구하고 구미공단의 공동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것은 대기업들이 지역에서 신규 투자를 계속하고, 협력업체들이 해외 이전으로 인한 빈 공간에 입주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은 타격이 없으리라 생각되나 수도권 공장 규제 완화로 대기업들은 수도권에 새로운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여 전자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있는 현실과, 기업 유치를 위한 지자체, 선진국, 후진국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공동화가 급속히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고급 인력이 머물 수 있는 교육'교통'문화'레저와 같은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IT 산업은 고급 인력의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다. 즉 바둑 2급 100명이 1명의 1급을 이길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둘째, 범시민 차원의 기업사랑운동 전개이다. 이제는 말로만 기업사랑운동을 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 경직적인 시각의 기업 민원을 긍정적으로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셋째,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지역 경제 위기감의 근본 원인은 업종 간, 규모 간의 양극화 심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을 계속 머물게 하고, 부품'소재'장비 산업을 적극 지원하여 자생력 있는 중견 기업을 육성, 지역 산업 구조를 고도화시켜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여 인구 50만과 수출 500억 불 시대를 훨씬 앞당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혁신 주체 간 이해 관계로 표류하고 있는 금오공대 신평동 부지를 구미공단을 위한 지원 시설로 활용함으로써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김종배(구미수도권규제완화범시민대책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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