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그램 "신·구세대를 뛰어넘어라"

입력 2005-12-28 10:13:00

'신·구세대를 묶어라.'

요즘 TV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는 이른바 '추억과 공감'이다. 40·50대 이상에는 추억을, 20·30대에는 공감을 불러모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당기자는 전략이다. 특히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주 시청자 10대들이 인터넷으로 빠져나가면서 30대 이상이 오락프로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들 프로는 잘 쓰이지 않는 우리말이나 학창시절의 추억을 우려내거나, 잊혀진 가수 또는 코미디언을 출연시켜 70, 80, 90년대를 관통하는 추억과 공감을 녹여내고 있다.

KBS '상상플러스'의 '세대공감 올드 앤 뉴'코너는 밤11시가 넘는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신·구세대 모두로부터 환영받는 프로그램. 인터넷의 영향으로 '세대별 동상이몽'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요즘 10대와 50대가 자주 쓰는 단어를 이용한 MC들의 퀴즈대결을 통해 재미와 친근함을 주는 것도 이 코너의 강점이다.

출제문제는 주로 10대들이 모르는 단어나 10대들만 아는 단어. 따라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청하며 "이런 말도 있니"라며 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한다. 특히 40, 50대들이 쓰던 언어를 통한 간접적인 추억 엿보기는 세대간의 장벽도 낮추고 시청률도 올려주는 일석이조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이나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들이 문제를 내는데 직접 참가하는 것도 흥미롭다.

KBS '폭소클럽' '최양락의 올드보이' 코너도 요즘 신세대 전용 개그의 한계를 벗어나 그간 소외감을 느꼈던 중·장년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대사 따라가기조차 벅차 왜 웃는지 답답해하던 중·장년층을 모처럼 웃게 해주는 일등공신인 셈이다.

내용은 이용식, 황기순, 김보화, 배영만 등 전성기를 한참 지난 올드개그맨들이 후배개그맨들과 '게그베틀'을 벌이는 형식. 이런 분위기는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는 day'와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몰래카메라' 에서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빠르고 자극적인 웃음도 좋지만 예전의 코미디를 통해 위로 받고 싶어하는 중·장년층에게 인기다.

노래방 문화를 응용한 SBS '도전 1000곡'도 지극히 단순한 포맷으로 일요일 아침 프로로는 보기 드물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역시 10~50대의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KBS '콘서트 7080'도 추억을 매개로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전망.

누구나 비슷한 추억과 공감을 가진 유년기 학창시절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가 바로 그렇다. 대부분의 오락프로그램이 스타들의 재담에 의존한다면 이 프로는 화려한 불빛 뒤에 가려진 스타의 인간미를 끌어낸다.

한 스타당 30명의 친구가 등장하고 모두가 "날 못 알아보다니 섭섭하다"고 말한다. 스타들은 곤란한 표정으로 옛 기억을 더듬는다. 바로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나도 저런 친구가 있었지, 그 친구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살이 찌고, 얼굴에 주름이 늘고, 때론 머리가 벗겨졌다 해도 순수했던 옛 시절의 추억은 아주 오래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의 추억과 신·구세대 모두가 공감하는 프로그램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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