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발달장애 생후 5개월 지현우군

입력 2005-12-28 10:45:24

"아가야 힘 내거라, 아빠가 지켜줄게"

생후 5개월 된 현우의 울음소리를 아직 듣지 못했다. 눈도 한번 맞춰보지 못했다. 음식을 먹으면 절반은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버려 항상 호스로 음식을 흘려 넣어줘야 하는 처지. 아주 가끔 옹알이를 할 때 현우가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현우는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해 보름 동안 인공호흡기 신세를 져야 했다.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5개월이라는 짧은 삶의 절반을 병원에서 보낸 셈.

현우의 팔은 멍투성이다. 피검사를 위해 수십 번 주사바늘을 찌른 탓. 매일 피를 뽑아야 하지만 주사바늘을 한 번에 꽂아 피를 뽑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기의 팔에서 혈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의사들은 현우의 발달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다며 좀더 성장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선천적 발달장애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뇌성마비가 의심된다고도 했다. 어머니가 중풍과 치매증세로 10년째 고통 받다가 세상을 떠나신 것이 지난해. 우리 가족에게 또 다른 병마가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갓난아이에게.

현우는 아버지인 내 존재를 느끼고 있을까. 늘 자기 옆을 지키고 있는데. 밤이 되면 현우 옆이나 병원 복도에 담요를 깔고 새우잠을 잔다.

처음엔 밥을 거의 챙겨먹지 못했다. 호스를 통해 우유를 먹이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고 게워내는 현우를 보면서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지도 않았고 먹고 싶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어떻게든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애쓴다. 내가 힘을 내고 옆에 있어주지 않으면 현우는 병원에서 홀로 지내야 하니까.

이럴 때 아내라도 곁에 있으면 위로가 되련만, 아내는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차다.

현우를 임신할 무렵, 아내는 정신지체 2급 판정을 받았다. 예전에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생활고와 돌아가신 어머니 간병에 지친 나머지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아내를 볼 면목이 없다.

아내는 말도 잘 못하고 행동도 부자연스럽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 현경(10)이가 제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찬거리를 사러 다녀야 할 판이다. 가끔 병원에 올 때도 현경이가 엄마를 데려온다. 투정 한번 부리지 않는 현경이가 정말 고맙다.

사무용 의자를 만드는 공장에 다녔을 때 내 수입은 100만 원 남짓. 지난 해 공장이 문을 닫고 실업자 신세가 된 뒤엔 기초생활수급대상으로 등록돼 동사무소에서 받는 70만 원이 월수입의 전부가 됐다.

원래 몸이 약한 편이서 잔병치레가 많은 내겐 현우를 돌보는 일과 새 직장을 구하는 일을 함께 하기 힘들었다. 현우 병원비는 여태까지 150만 원 정도 들었다. 내가 일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나 대신 현우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지난 10일 옆 자리에 누워있던 유라(10·본지 12월 7일자 보도)가 숨을 거뒀다. 현경이와 같은 나이라 자꾸만 눈길이 갔던 아이였는데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안타까움도 잠시, 다음은 내 아이 차례인가 싶어 두려워졌다. 현우에게 힘을 내 견뎌보라고 마음 속으로 빌어보지만 어린 것이 무슨 힘이 있을까.

지동선(46·동구 율하동) 씨의 얼굴엔 삶의 무게에 지친 빛이 역력했다. 조그만 체구에 마른 몸. 아스피린이며 고혈압약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쓴다. "아이를 안아주고 싶지만 제 몸 하나 버티기 힘드니 서글플 뿐입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렵게 자란 탓에 제 자식들에게는 든든한 아빠가 돼 주고 싶었는데…."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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