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憲訴 쟁점과 전망

입력 2005-12-28 10:57:30

'법인 자율성 vs 교육 공공성' 놓고 법리논쟁 치열할 듯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측이 28일 제기한 개정 사립학교법 헌법소원은 결국 헌법재판소가 재단법인인 학교법인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공적 기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위헌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내리게 돼 있어 이번 사건의 결론은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헌소 대상 법조항은= 청구인 측이 문제삼은 개정 사학법 조항은 개방형이사제, 감사선임규정, 이사장 및 친인척 임명제한 규정, 임시이사규정, 대학평의원회규정, 교비회계 전출규정, 사립학교장 연임제한 규정 등 9가지나 된다.

개방형(외부)이사제는 학교법인 이사진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외부 인사로 충원하는 게 골자고, 감사선임규정은 감사를 2명으로 늘려 그 중 1명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한 것이다.

이사장 친족의 이사 참여를 정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줄인 조항과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4년 중임 학교장 임기제를 도입한 조항도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됐다.

◇법적 쟁점은 뭔가= 이 같은 개정 조항들은 사립학교 운영을 민주화하고 재단운영을 투명화하며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한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구인들은 무엇보다도 사학법인은 사단법인(社團法人)이 아니라 재단법인(財團法人)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별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개인이 사유재산을 기부해 만든 '재단법인'은 '공공성'은 있을지 몰라도 '공법인(公法人)'은 아니기 때문에 사적자치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외부(국가)의 간섭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학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는 법인이 추구하는 교육목적을 도와주고 그 목적을 일탈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의 지원과 감독을 해야지 그 이상의 개입은 월권이며 재산권과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침해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청구인 측은 개방형이사제가 시행될 경우 사학의 공익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학교법인의 재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 직업의 자유가 침해될 뿐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이 훼손된다고 보고 있다.

일부 비리사학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행 민·형사법으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문제를 지나치게 규제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고 방법의 적절성·법익의 균형성·피해의 최소성에도 위배된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또 종교단체가 세운 사학을 외부인사가 통제하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고 정교(政敎)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합헌 입장에서는 사학은 교육기관으로서 일반 사기업보다 공공성이 훨씬 클 뿐 아니라 개방형이사제를 실시해도 참여하는 외부인사가 의사정족수인 과반수에 못 미치는 만큼 사학 경영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 헌재 심리절차와 전망은 = 헌법재판소는 먼저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이번 헌법소원 청구가 적법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심사하게 된다.

지정재판부가 청구요건이 적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30일 이내에 전원재판부에 회부할지를 결정한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38조에 따라 사건 접수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내년 6월 이전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강행규정은 아니라서 조금 더 지연될 수는 있다.

헌재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변론을 열어 당사자나 이해관계인 및 기타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고 증거조사를 하거나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나려면 전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의견을 내야 한다. 헌재 주변에서는 최근 헌재 재판관들이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재판관들과 개혁적 가치를 지향하는 재판관들로 대별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비춰 이번 사학법 헌소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의견 대립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사진: 사립 대학과 사립 중·고교, 종교계 학원, 사학법인 이사장 등 15명이 28일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는 청구인단을 대리한 이석연 변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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