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시모집 10명 합격 '대박'

입력 2005-12-27 10:38:02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두고 '대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무려 10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대구 경일여고의 사례에 딱 들어맞는 용어일 것이다. 대구지역을 통틀어도 72명인 서울대 수시 합격자 가운데 경일여고에서만 10명이 합격했으니 '대박'이라고 표현할 만도 하다. 김병근 3학년 부장 교사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기쁨은 감출 수 없다는 듯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경일여고가 올해 유난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의 실패를 분석해 교훈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올해는 지역균형 선발에서 김민지·최아영·김은지 양 등 3명, 특기자 선발 전형에서 김지현·노희정·박주민·하은영·마주연·백경원·서유경 양 등 7명이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학생들의 진학을 담당하는 김종계 교사는 "지난해 17명이 서울대 수시에 지원했지만 정작 합격한 학생은 2명에 불과했다"며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올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학생들의 대입 지원을 마무리한 교사들은 수시 지원 전략을 수정하는데 가장 먼저 공을 들였다. 그리고는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심화반을 꾸려 논술과 구술, 심층면접 문제 풀이에 일찍부터 대비했다.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논술과 구술 등에서 지역 학생들이 유난히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터라 미리 준비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수시 지원에 필요한 각종 조건들을 꼼꼼히 따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수학·과학 등 한 과목의 내신 성적만으로 지원 가능한 과목별 특기자 지원에서부터 각종 대회의 수상 경력까지 치밀하게 분석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했다.

수학 특기자 전형으로 의예과 수시 모집에 합격한 김지현 양은 "고교 3년 동안의 수학 성적이 학교 석차 5% 안으로만 유지되면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특기자 지원이 가능하다"며 "수학에 유난히 흥미가 많아 점수 관리에 꾸준히 신경 써 왔던 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학생들의 노력은 교사들 이상이었다. 각종 경시대회와 문학상, 공모전에 틈틈이 응시해 수시 지원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는 한편,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실전과 다름없는 심층면접 실습까지 꾸준히 계속했다.

최아영(과학교육계열 합격) 양은 "수도 없이 자기소개서를 보고 가능한 모든 질문에 완벽한 대비책을 세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시험에서는 면접관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해 순간 당황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선생님들과 함께 실전처럼 면접 대비를 해 왔던 덕분에 어렵지 않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학생들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운전면허도 따고, 악기를 배우고 운동을 하는 등 여태까지 못했던 취미생활을 즐기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후배들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수시모집에 대비해왔던 자신만의 노하우를 수기로 적어 내년도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남겨놓을 계획이다. 백경원(디자인학부 합격) 양은 "별 달리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불안해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계 교사는 "지금까지의 출제 경향 분석과 학생들의 경험담을 상세하게 기록한 합격수기 만으로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에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서울대 수시모집 10명 합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낸 경일여고의 교사와 합격생들이 진학지도실에서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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