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의회 '날치기' 이어 '몸싸움

입력 2005-12-27 10: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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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린 대구시의회 2005년도 마지막날 본회의가 단상 점거와 몸싸움 등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본회의는 방청석 야유, 멱살잡이, 인분 전달, 의장석 단상 점거 등에서부터 '근조 대구시의회'라는 플래카드 게양에 이르기까지 두 시간 동안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지난 24일 '대구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조례안 날치기 통과'에 대한 항의가 그 시작.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은 이날 본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방청석을 가득 메웠고, 시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날치기할 때처럼 뒷문으로 들어가라" "민의를 도둑질한 시의원은 사과하라" 등을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본회의장 입구에서는 거친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강황 대구시의회 의장이 입장하자 강성호(무소속)·김형준(열린우리당) 시의원이 몸으로 막았으며 결국 강 의장은 밖으로 퇴장했다. 20분간 중단됐던 회의는 이상기 부의장의 사회로 재개됐지만 안건 처리에 앞서 김형준 시의원이 선거구 획정안 날치기 처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정회됐다.

30분 뒤 속개된 회의에서도 강성호·구본항(무소속) 시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시의회 해산을 주장하는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졌고,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강 시의원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날치기를 선사한 시의회 의장에게 전하는 선물"이라며 인분이 든 용기를 이상기 부의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안건처리가 계속되던 오후 3시 30분쯤 갑자기 본회의장 조명이 꺼지면서 수십 명의 방청객들이 방청석에서 회의장으로 뛰어들어 본회의장은 난장판이 됐다. 일부 방청객은 의장석 단상에 올라가 '근조 대구시의회' '한나라 시의원 전원 사퇴'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들었고, 이를 저지하는 한나라당 시의원들과 거친 몸싸움도 벌였다. 이 소동은 20여 분간 계속됐다.

시의회 한 관계자는 "소수 시의원의 권한으로 다수 시민의 권리를 유린했다"며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은 날치기 처리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강황 의장은 "시의회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결정을 했지만, 결국 중앙 정치권이 벌여놓은 잘못을 시의회가 덮어쓴 꼴"이라며 "연말 추경예산 처리 등을 위해 안건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26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정홍범 시의원이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져 단상 앞에서 뒹굴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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