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루니, 백구 코트 '강타'

입력 2005-12-26 14:59:37

'미국 특급' 숀 루니(23.현대캐피탈)가 고공 배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국내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신장 206㎝의 레프트 공격수 루니는 강서브와 타점 높은 강타, 깔끔한 매너를 앞세워 국내 진출 2개월 만에 팬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런 루니의 진가는 25일 삼성화재와의 크리스마스 맞대결에서 톡톡히 드러났다. 루니는 이날 양팀에서 가장 많은 18점을 쓸어담으며 팀의 3-1 승리에 앞장섰다. 라이벌전답게 몸을 던지는 끈끈한 수비로 남자 배구에서는 드물게 랠리가 거듭되는 명승부가 연출되는 가운데 루니의 한 뼘 높은 고공 스파이크는 단연 돋보였다. 현대캐피탈이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가던 4세트 초반.

삼성화재의 거센 추격으로 승부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무렵 상대 블로커들의 맥을 빼놓는 루니의 한 뼘 높은 고공 스파이크가 빛을 발했다. 루니는 4세트 여러 차례 이어진 숨막히는 랠리 국면마다 타점 높은 스파이크와 파이팅으로 해결사 노릇을 하며 경기가 상대의 흐름으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 팀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화재의 승리로 끝난 지난 11일 양팀의 시즌 첫 라이벌 대결 때와 비교하면 루니의 빠른 적응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삼성화재는 루니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시키며 피로를 유발했고, 초반에 고공 강타를 퍼붓던 루니는 후반들어 급격히 지치며 고개를 떨궜다.

앞서 루니는 지난 21일 마산에서 벌어진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도 신들린 듯한 서브 에이스 8개를 꽂아넣으며 한국 배구 역사를 다시 쓰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루니는 이처럼 한국 코트에서 한 경기 한 경기 경험이 쌓여갈수록 잠재력을 드러내며 현재 공격 1위(55.88%), 서브 2위(세트당 0.50개), 득점 3위(143점)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역시 "처음엔 성격이 내성적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코트에 서면 패기 넘치는 파이터로 변신한다"면서 "경기가 거듭될 수록 서브와 공격, 서브리시브 등 모든 면에서 본래 기량이 나오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지난 여름 루니를 테스트만 해보고 그냥 흘러보낸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뒤늦게 땅을 치는 모습.

한편 루니는 이름 때문에 자연스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공격수인 '악동' 웨인 루니와 겹쳐지지만 성격은 천지차이라는 귀뜸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된장찌개 등 한국 음식도 잘 먹고, 워낙 남을 잘 배려하는 '순둥이과'라 동료들과도 빠른 시일 내에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루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팬들이 많이 생겼냐는 질문에 "팀내 팬이 가장 많은 이선규와 붙어다니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면 이선규 팬이 다 내 팬이 되는 게 아니겠냐"는 말로 유머 감각까지 과시했다.

(연합뉴스)

사진: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천안 현대캐피탈 대 대전 삼성화재의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숀 루니(위쪽)가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치어리더들(뒤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삼성화재 김상우, 최태웅의 블로킹을 피해 강스파이크를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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