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청정에너지연구소 최문현 연구원

입력 2005-12-26 10:22:29

제 신명에 겨워 일하는 사람은 주위 동료들도 저절로 즐거워지게 한다. 게다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자기만의 분야에서 보람을 만끽하며 일하는 28세 꽃띠 아가씨라면 재론의 여지가 없다. 대구도시가스 대성청정에너지연구소 최문현(28) 연구원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찾아간 대성청정에너지연구소(대구 서구 중리동). 이곳에서 최문현 씨는 연구소 관리 및 해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입사 3년차. 지난 2003년 2월에 입사했으니 내년 2월이면 만 3년을 채우게 된다. 인터뷰를 앞두고 내심 걱정스러웠다. 평범한 일상에 밋밋한 회사생활 이야기들뿐이라면 어떻게 글을 풀어낼지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에 그쳤다.

입사한 지 석달 만에 일본 출장 명령이 떨어졌단다. 영어는 수준급이지만 아직 일본어는 걸음마도 안 뗀 상태. 겨우 인사말이나 주고받을 만해 졌을 때 일본에서 열린 '2003 세계가스박람회'에 참가했다. "정신없었죠. 하지만 너무 신나더라구요. 해외 업무를 맡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습니다."

이후 최씨는 한·몽골 정부간 추진 중이던 '두레-고비(DURE-Gobi)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지난 2003년 6월부터 2년간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KBS '신화창조'를 통해 방영될 만큼 의미 있는 국제 프로젝트였다. 길도 없는 마을에 전봇대를 세워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은 현재 몽골 형편상 불가능한 실정. 때문에 청정에너지인 태양력과 풍력을 이용하는 소규모 전력설비를 보급하는 것이 바로 '두레-고비 프로젝트'다. 최문현 씨도 이 프로젝트 때문에 2차례 몽골에 다녀오기도 했다.

또 그는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제1회 세계솔라시티총회' 비즈니스 포럼을 담당하기도 했다. 세계 굴지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게 공문을 보내 참가를 부탁했고, 실제 10여 개 업체가 문현 씨의 노력 덕분에 지난해 포럼에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당시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뿌듯하다고 했다.

최문현 씨는 공대 출신이다. 금오공대에서 고분자공학을 전공했다. 여자 공대생의 취업길이 쉬웠을 리가 만무. 졸업 후 딱 일 년간 백수 생활을 했다. 가족들의 눈길이 부담스러웠겠다는 물음에 오히려 그 반대라고 했다. "부모님이 그러시더군요. 네가 오히려 마음 고생이 클 텐데 부담 갖지 말고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그래서 공부도 하고 여행도 참 많이 다녔어요."

대학시절 휴학을 한 뒤 무려 6개월간 유럽을 돌아다니며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다. 또 졸업 후에는 몇 달간 인도와 동남아를 돌아다녔단다. 문현 씨는 그런 경험들이 바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과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소중한 추억들인 동시에 제 자산인 셈이죠.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최근엔 일본어 능력시험 1급도 통과했다. 시험운이 좋았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어학에 대한 욕심이 많은 아가씨다. 영어와 일어만으로는 부족한지 조만간 프랑스어와 중국어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란다. 연구소에서 홍일점이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다른 여직원들과 만나 수다를 떨 수 없는 게 유일한 불만(?).

"늘 긍정적이고 밝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일이 즐거워지죠. 아직 젊잖아요?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기회가 닿는 대로 폭 넓은 경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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