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경북도, 인사 멋대로?

입력 2005-12-26 09:07:52

경북도의 인사가 난맥을 보이고 있다. 간부급의 적재적소 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군과의 인사조율조차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북도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나름대로 유지돼 왔던 인사시스템이 이 지사의 임기 말을 계기로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이의근 도지사의 인사시스템은 '바람부는 대로'이다. 황성길 정무부지사가 정년 퇴임한 23일까지 후임을 정하지 못했던 이 지사는 국가정보원 국장 출신 인사를 부지사로 내정했다고 24일 기습발표했다. 내부승진이 아닌 첫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자랑이지만 신임 정무부지사가 국정원 출신인 데다 정치에 강한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무부지사직이 선거를 앞두고 경력을 채워주는 지나가는 자리로 비쳐지고 있다.

또 내년 지방선거 출마나 명퇴 등을 이유로 공석이 된 부단체장이나 국과장급 인사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모 지방자치단체 부시장과 부군수의 경우 내년 자치단체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인사를 내보내는가 하면 도청의 일부 고위간부는 이미 선거출마를 선언했는데도 주요 보직을 그대로 맡고 있다. 이들은 공공연하게 "이 지사가 밀어주기로 했다"며 직위를 이용해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각 시군에서는 과장과 국장, 부단체장의 자체 승진을 요구하며 도 인사 전입을 거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 지사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최근 일련의 인사분위기를 놓고 도청 내외에서는 이 지사가 3선 임기 종료를 몇 달 앞두고 차질없는 도정추진이나 그 성과보다는 자신의 뒷날을 위해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인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도민들은 도백이 바뀌어도 도정은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추진되길 바라면서 이 지사가 '인기도정'보다는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는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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