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고위법관 암행감찰' 방청에 긴장

입력 2005-12-26 08:50:52

고압적 재판 태도 개선 목적…이용훈 대법원장이 지시

고위 법관들이 법정에 몰래 들어가 판사들의 언행과 재판 태도를 점검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법관들이 바짝 긴장하고있다. 암행감찰식 방청은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로 변신할 것임을 선언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시범 케이스'로 적발될 경우 인사상 심각한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홍훈(59) 법원장은 이달 중순부터 법관들의 법정언행과 재판 진행 모습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방청객을 가장해 재판 현장에 여러 차례 들어갔다.

이 법원장은 이달 12일부터 최근까지 민사 재판 2번, 형사 공판 2번, 민사소액( 소송가액 2천만원 이하) 재판 3번 등 모두 7차례 법정에 들어가 판사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소송 당사자들의 불만은 없는지 등을 관찰했다.

그는 15일 오후에는 3시간 가량 민원 안내센터에서 직접 민원 상담에 나서 법정내 문제점 등을 청취했으며 22일에는 이진성 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가 민원 상담에 동참했다.

이 법원장은 "판사들이 재판 도중에 나의 방청 사실을 알아채고 말을 더듬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방청 목적은 법관 평가나 감찰이 아니고 민원인의 눈높이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개선책을 찾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등법원 부장급 판사들도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법정에 예고 없이 나타나 재판 과정에서 판사들의 권위적이거나 고압적인 태도 유무를 '암행 감찰'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런 조치가 일선 판사들의 재판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지적도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서울고법의 A부장판사는 "과거의 '반말 재판'이 없어졌음에도 판사들의 권위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불시 방청'이 타성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뱄던 판사들의 고압적인 태도를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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