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의 여왕, 3천년 잠을 깨다/니컬러스 클랩 지음/이창식 옮김/김영사 펴냄
시바 여왕과 솔로몬왕. 그들의 로맨틱한(?) 만남은 오페라, 희곡, 춤, 서커스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음악가 헨델, 화가 프란체스카 등 예술가들의 덕분인지 매혹적인 신비의 여인으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한술 더 떠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공작 깃털 모자와 손바닥만한 의상 몇 쪼가리만 걸치거나 가슴 큰 여배우가 시바여왕의 몫이었다. 정식기록 성경에는 이국의 여왕으로 단 몇 줄만 언급되어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3천년 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무역통로를 누비며 사막의 왕국을 다스렸다는 시바의 여왕. 그녀는 중동문화권의 미스터리이자 전설적 여인이다. 이런 여인을 따라 20년여 간 발로 추적한 '시바의 여왕, 3천년 잠을 깨다'는 우리에게 미지의 고대사를 넌지시 짐작하게 해준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고고학 강사인 저자가 시바의 여왕 찾기 마법(?)에 걸린 것은 1982년 초봄. 예루살렘을 취재하던 저자는 우연히 콥트교 수도원의 벽화에서 시바 여왕과 솔로몬 왕이 만나는 그림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에 관련된 이야기가 구약성서와 코란은 물론 서아시아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여기서 저자가 의문스럽게 생각한 큰 줄기는 대략 세 가지. 시바 여왕은 실존인물이었을까, 여왕이 솔로몬 왕을 방문한 진짜 목적은, 시바 여왕은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점이다. 1980년대 초까지 성경학자들은 시바 여왕을 구약성서에 나오는 어느 이름없는 지역의 왕국에서 온 여인으로 성경 외의 증거는 무시해버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시바 여왕은 실존했다고 결론짓지만 해석은 달리한다. 저자가 보기에 시바 여왕은 거상으로 엄청난 부를 가졌던 여인이라는 것. 솔로몬 왕을 방문한 것도 지혜에 반해서가 아니라 통상의 자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바 여왕은 남성지배적인 예루살렘과 아랍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낸 비범한 여성임이 분명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저자가 시바 여왕의 왕국으로 지목하는 곳은 시바 여왕이 그들의 초대 황제의 어머니라고 믿고 있는 에티오피아,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는 북아라비아의 여족장이었다는 설 대신에 지금의 예멘 근처 남아라비아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를 가정한다. 이 지역의 '마흐람 빌키스'가 바로 시바여왕의 신전이라는 것. 현재 수많은 고고학자들이 내전과 종교분쟁의 위험 속에서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발굴성과는 아직 1%정도에 불과하다.
책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저자의 끊임없는 추적과 열정이다. 고지도, 성화, 조각, 비문, 건물, 무덤 등 섭렵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기원전 10세기 거대 도시와 여왕의 베일은 언젠가 저자와 같은 탐사자에 의해 벗겨질 것이다. 여왕의 무덤은 모래바다 어디에 있을까. 여왕은 정말 그곳에 누워있을까.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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