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면 넘실대는 파도 위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어 시라도 읊고 싶은 심정입니다. 고요한 밤에 달이 둥실 떠오르면 바닷물이 반짝이는 게 너무 예뻐요."
겨울바다 여행을 가는 이들이 많지만, 해군인 정동수(53·포항시 남구 장기면 영암2리) 씨 부부는 멀리 떠날 필요 없이 언제나 겨울바다를 볼 수 있다. 대구에서 차를 달려 2시간 거리. 경주 감포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구룡포로 가는 중간지점에 정씨의 집이 보인다. 눈이 오면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고 불리는 곳. 여느 집보다 높게 자리해 탁 트인 바다가 더 잘 보이는 전원주택이다.
"바다를 끼고 경관이 좋은 곳을 찾아 다녔어요.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앞으로 바다를 보고 뒤로는 산이어서 자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씨 부부는 바다 사람이다. 장기면에서 자라 해군이 된 지 33년째인 정씨와 경남 삼천포가 고향인 아내 박지경(50)씨. 경남 진해 군인아파트에서 살면서 남해·동해 어느 곳에 전원주택을 마련할 지 의논하던 부부는 결국 정씨의 고향인 장기면으로 돌아왔다.
"수구초심(首邱初心)이라고 몸은 떠나 있어도 마음은 항상 고향을 잊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처음엔 자신의 고향인 남해 쪽으로 가길 원했다고 말하는 아내 박씨는 "바닷가에 살면 싸늘한 칼바람으로 추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동해는 겨울에도 훈훈한 바람이 불어 추운 줄 모르겠다"고 말한다. 인근 오천읍에만 가도 몹시 추운 한겨울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리 춥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나무 집으로 지어 여름에는 선풍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좋습니다."
건축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진해에서 왔다 갔다 하며 5개월 동안 공들여 지은 집. 대지 400평에 건평이 35평인 목조 주택은 여름 장마철에도 습도 조절이 잘 되고 건강에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집 외관은 보기 좋은 인조석을 붙이고 비에 썩지않는 적산목에 하얀 칠을 해 창틀을 만든 모습이 내부의 나무 집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나지막한 하얀 나무 울타리도 파란 바다를 바라보는 집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1, 2층 어디서나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집. 특히 2층 방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구룡포 바다와 집 뒤 대나무 숲은 바닷가에 자리한 전원주택에서 즐길 수 있는 자연의 운치를 절로 느끼게 했다.
비싼 고가구를 사지 않고 시골에서 쓰던 헌 문짝으로 거실 탁자를 만들고 마루를 주워와서 소파 대신 사용하고 소 여물통에 식물을 심어 집안을 꾸민 박씨는 옛날부터 쓰던 손때 묻은 물건들이 더 운치 있고 정겹다고 했다. 그녀는 태풍 등으로 쓰러져 산에 버려진 나무들도 주워와 토막내 거실 벽난로 옆에 두었는데 인테리어 효과를 내면서 나무 향이 좋고 습도 조절 역할도 한다고 했다.
"바다에 나가 파래·미역을 뜯어 먹고 산에서 냉이 캐고 텃밭에 채소 심어 먹으며 공산품 말고는 사는 게 별로 없어요."
이들 부부는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살려면 무엇보다 자연을 사랑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위)내부는 목조주택으로 지었으나 외관은 인조석을 붙여 멋스러운 정동수 씨 집. (아래)2층 거실 데크에서는 탁 트인 바다가 훤히 바라다 보인다. 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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