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역사를 만나다/안광복 지음/웅진 펴냄
"아니, 이렇게 어려운 책을 보세요?"
'철학 책'이라면 뜬구름 같은 아리송한 말만 되뇌는 철학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격동의 현장에 서서 한 시대의 문제를 진단하고 치유하는 방안을 내놓았던 사람들이다. 공자나 맹자 같은 이들은 '정치 컨설턴트'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부였고, 존 스튜어트 밀은 동인도 회사에서 평생을 보낸 월급쟁이였다. 마르크스도 젊은 시절에는 신문사 편집장으로 활동했던 사람이다.
당대를 주름잡은 철학은 이처럼 그 시대의 고민을 오롯이 안고 있다. 시대가 발전하고, 현실의 문제가 두드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철학이 탄생했다. 춘추전국 혼란기의 수많은 사상들이나 프랑스 혁명을 잉태한 사회계약설, 고려 말 신진 사대부들의 사상이었던 주자학 등은 모두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철학, 역사를 만나다'는 철학의 이러한 기능을 재발견한 책이다. 플라톤의 이상국가와 제자백가의 시대로 불리는 춘추전국시대, 프랑스혁명과 마르크스를 거쳐 니체의 초인사상과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까지 인류 2천년에 걸친 철학의 주요장면을 당시의 세계사와 함께 읽어나간다.
고등학교 철학교사인 저자는 철학이 태어난 역사적 배경을 들려줄 때 철학을 제것으로 이해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철학과 역사를 평행선상에 놓았다. 즉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역사를 알아야 하며, 역사가 없는 철학은 공허한 울림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그동안 박제에 불과했던 철학에 '역사'라는 온기를 불어넣어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철학이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기존 철학교양서처럼 한 권에 방대한 내용을 담거나 텍스트 중심으로 빽빽하게 구성하지 않았다. '더 읽어봅시다' 코너 등 철학자의 생애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관련된 철학의 개념들, 후대에 미친 영향 등도 별도 박스로 다루고 있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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