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이 발빠른 변신을 거듭, 세상밖으로 외출을 하고 있다. 더구나 올 겨울은 일찍 찾아온 추위 때문인지 매출액마저 급신장, 서문시장 등 재래시장에서의 매출이 갑절로 뛰는 등 특히 인기다. 백화점에는 울, 실크 등 수십만 원대 고급소재가 등장하고 우주복 모양, 꽃무늬 등 화려한 패션내복도 등장했다. 소재별, 모양별로 5, 6벌쯤 가지고 있는 내복 마니아들도 적잖다.
◆내복, '부끄럽지 않아요!'
내복이 옷밖으로 삐치고 나오면 부끄럽게 집어넣던 시절이 불과 10여년 전.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패션내복 때문이다. 10만원대 패션 내복은 거실이나 방에서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자연스럽다. 온 가족 모두 패션내복을 잠옷 대신 사용하고 있는 집도 있을 정도다.
내복은 잠옷보다 보온효과가 뛰어나다. 내복을 입고 있을 땐 집안 온도를 2~3℃정도 더 낮춰도 돼 에너지 절약효과까지 있다. 피부에 닿는 감촉까지 좋아 이젠 내복을 입고 실내생활을 하는 가족이 오히려 자랑일 정도가 됐다.
이상민(30.동아쇼핑 직원)씨는 "거실에서 내복을 입고 있는 것이 어느덧 자연스러워졌다"며 "주변의 친구들도 기능성 내복을 입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천태만상, 불티나는 내복
재래시장의 4천~5천 원짜리 타이즈부터 시작해 1만~2만 원대 저렴한 보온메리, 2만~3만 원대 기능성 내복, 10만 원대 패션내복, 40만 원대 캐시미어 내복까지 종류별로 가격대별로 천차만별인 것이 내복.
특이한 내복도 많이 등장했다. '사모기아'라 불리는 신소재 내복은 스스로 열을 내는 축열보온섬유를 사용해 더 따뜻하다. 항균 '리오셀', 은사함유 '은나노', 건강내복인 '오가닉 코튼' 등 다양한 내복 제품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을 사용해 튀는 내복들도 많이 팔린다. 꽃무늬나 미키 마우스, 곰돌이 푸 등 만화 캐릭터를 그려넣은 커플 내복도 꾸준한 인기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에서 파는 6천~7천 원대 중국산 면소재 내복도 가격에 비해 보온기능이 뛰어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들어 동아·대구·롯데 등 지역 주요백화점들의 내복 판매는 70~80%가량 늘어났다. 서문시장 등 재래시장의 경우 가게 한곳에서 하루 50∼100벌이 팔릴 정도로 불티다.
동아쇼핑 3층 비비안 매장 윤한나(23.여) 판매사원은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로도 고급 내복을 찾는 사람도 많다"며 "의외로 젊은 20대 남성도 많다"고 했다.
◆추억의 내복 그리고 지금
1970년대 부의 상징이라 불렸던 '엑스란' 내복. 이 빨간색 내복은 당시 주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을만큼 널리 알려진 유명 내복이었다. 첫 월급을 받은 날 부리나케 시장으로 가 부모님 내복을 사던 일도 이젠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다 떨어진 내복을 입고 다니며 혹시 소매사이로 삐져 나오면 쑥스러운 듯 말아서 집어넣고 했던 어릴 적 추억들. 그리고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 내복을 가장 먼저 사서 선물하는 것은 관례였다.
이후 내복은 두꺼운 보온메리, 에어메리를 거치며 변신을 거듭해왔다. 지금도 빅맨, 백양, 쌍방울 등은 사랑받는 내복의 대명사다.
서문시장 2지구 2층 영천상회 주인 장하숙(45.여)씨는 "옛날 내복에 비해 요즘 나오는 내복은 모양새부터가 다르다"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30여 종의 내복이 고르게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위)내복을 입고 거실에서 인터넷을 하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아래)한 주부가 서문시장에서 남편에게 줄 내복을 고르고 있다. 정재호 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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