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매매 방지법 시행 1년여가 지난 지금 자갈마당과 같은 성 매매 집결지는 된서리를 맞았지만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스포츠마시지, 출장 피부관리 등을 통한 음성적인 성 매매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성 매매 집결지에 대한 단속은 꾸준한 반면, 다른 업소에 대해선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성 매매 집결지 업주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자갈마당 업주 김모(51)씨는 "단속을 하려면 어느 정도 균형 있게 하든지 이곳만 시도 때도 없이 단속을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단속으로 인해 이곳에서 일하던 여 종업원들이 빠져나가 노래방이나 안마시술소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성매매가 더욱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게 되면 어딘가 다른 쪽이 튀어나오게 되는 '풍선 효과'가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집창촌은 죽는 반면 속칭 '대딸방', 변태 노래방 등 신종 업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성 매매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
수성구의 유흥주점 업주 박모(43)씨는 "법 시행 후 집중 단속을 할 때는 손님들 스스로 '2차'를 기피하거나 조심했다"며 "하지만 그 당시에도 손님이 원하면 술집에서 나간 뒤 나이트클럽이나 소주방 등에서 아가씨들과 다시 합류해 2차를 가곤 했다"고 했다. 그는 "단속을 해도 온갖 편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성 매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은주 대구여성회 성매매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자갈마당은 성매매 집결지로 상징적인 의미가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어 단속이 흐지부지되고 있다며 성 매매를 집결지는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시급히 폐쇄되어야 한다고 이 대표는 역설했다.
여성단체들은 음성적인 성 매매에 대해서도 행정기관이나 경찰의 단속 의지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성 구매자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 매매 방지법이 성 매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 성 매매 피해 여성들을 종합적으로 관리,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 형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속이 느슨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장호식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계장은 "달성지구대에는 자갈마당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1명 배정돼 있고 수시로 순찰과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에 자갈마당과 같은 집창촌에서의 성 매매는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법 시행 당시에는 집창촌을 집중 단속하다 보니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반면 지금은 단속을 해도 뚜렷한 실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단속이 느슨해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음성적인 성 매매에 대해선 경찰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 계장은 "은밀히 이뤄지는 성 매매에 대해서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첩보가 있을 때마다 단속을 가지만 성 매매 현장을 적발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고 했다. 수성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모텔 등을 상대로 단속을 하면 사생활 침해 등을 문제삼아 민원이 제기될 뿐 아니라 성 매매로 의심되는 경우에도 당사자들이 부인할 경우 강하게 다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성 매매, 단속만으론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좀 더 강력히 단속을 하면 뿌리를 뽑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 고민해 볼 일이다. (2005년 12월 22일자 라이프매일)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 : 대구지역의 모텔들. 업소 난립 와중에 대형화 고급화로 치닫고 있다. 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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