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대구'…밤은 '깜깜' 색깔이 없어

입력 2005-12-22 10:24:37

대구의 밤에 색깔이 없다.

'루미나리에(Luminarie)' 등 야간 조명축제는 고사하고, 도심에 변변한 야경 랜드마크조차 없다. 침체해가는 경제처럼 깜깜한 어둠의 도시로 머물고 있는 것. 전국의 지자체들이 '밤거리꾸미기'에 나서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빛과 색채로 조화된 야경(夜景)은 세계 도시의 얼굴이 되고 있는데 '컬러풀 대구'를 외치면서도 대구의 야경은 아직 잠을 자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깜깜한 대구= 21일 오후 9시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 공원. 오가는 차량들 전조등만 스쳐갈 뿐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어두웠다.

같은 시각, 중구 밀리오레 앞. 지상 23층의 밀리오레 조명은 간판과 몇몇 층을 제외하곤 거의 꺼져 있다. 대구 도심은 동성로 등 극소수 중심 상가지역을 빼곤 대부분이 어둡다. 도심 야경을 크게 좌우하는 다리의 경우, 수성교와 아양교를 제외하면 조명 연출을 통해 교량의 전체 모습을 돋보이게 한 사례가 전무하다.

'대구시 도시경관 기본계획'(2002년 수립)에 따르면 동성로의 야간 평균조도는 91.7~164.2룩스로 서 있는 자리만 밝고, 상품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수준.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 국채보상공원, 경상감영공원 등 공원 지역으로 들어서면 평균 조도는 11~14룩스, 사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떨어졌다. 달구벌대로와 신천대로 등 큰길 주변도 육안으로 보는데 큰 지장만 없는 수준인 14.9~20.3룩스 정도에 불과했다.

이 조사 이후 대구시가 벌인 '야경 꾸미기 사업'이 없어 현재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대구시 관계자는 전했다.

대구시는 지난 2001년부터 공공건축물 16곳과 일반건축물 43곳에 건물외관을 비추는 투사등이나 투광기 등을 설치해 운영했지만 마구잡이로 조명만 설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동구 망우공원 내 영남 제1관문의 경우 투사등이 흰색 불빛으로 구성돼 '흉가' 같은 분위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2002년 도시경관 계획을 마련하고도 야간 조경 사업을 벌이지 않아 야경 꾸미기에 대한 재정투입은 올해 단 한푼도 없었다.

△다른 도시는=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퉈 야경 꾸미기 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2억 원을 들여 불빛 터널(루미나리에)를 설치한 전주시는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다양한 색깔을 뽐내는 루미나리에를 설치한 후 유동인구가 3배 이상 늘면서 상가 매출이 배 이상 증가한 것. 때문에 전주시와 상가번영회는 내년 15억 원을 들여 루미나리에를 확대 설치할 방침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침체됐던 구도심 주변 상가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데다 전통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가 제고됐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의 야경도 확 달라졌다. 서울시는 광화문과 세종로, 서울시의회 청사, 덕수궁 돌담길, 숭례문 등 4대문 안 중심축 5곳에 661개의 조명을 설치해 불을 밝혔다. 또 청계천 변을 따라 118만 개의 안개등과 2천600개의 반딧불이 조명등이 일제히 빛을 내는 루미나리에 축제도 열고 있다.

광주시는 운암동 무지개다리의 야간경관 연출사업과 시청, 어등대교 등 민간·공공 부문 21곳의 야경 연출을 마쳤다. 또 광주역 광장 등 27곳의 연출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산은 지난 APEC 정상회의 때 대규모 불꽃쇼로 유명해진 광안대교와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에 40억 원을 들여 빛과 영상이 어우러진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

△대구를 바꾸자= 김용수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는 "서울이나 부산의 경우 도시경관만을 담당하는 별도의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실정"이라며 "대구도 2002년 마련한 기본계획에 따라 도심야경 전반을 책임질 조직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채보상로 일대와 수성구 들안길 등 유동 인구가 집중되는 곳에는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빛의 섬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달구벌대로, 동대구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주요 교차로의 조명을 정비, 도시구조를 알기 쉽도록 돕는 것도 한 방안. 도심 곳곳에 야간 랜드마크를 마련하고 팔공산, 앞산 등 대구의 상징적인 자연경관에 조명 시설물을 설치,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권기찬 대구한의대 도시환경디자인학과 교수는 "야간에 빛을 연출하는 것은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며 "낮에는 회색 도시였던 대구가 밤에는 빛의 연출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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