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지역의 대구은행까지 대기업 근로자들은 요즘 '연말 성과급 잔치' 준비에 한껏 부풀어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 상당수 근로자들에게는 이는 '꿈나라 이야기'일 뿐.
임금이 너무 적다보니 직장에서 일하는 때보다 쉬는 동안 국가에서 받는 보조금 수입이 더 많은 근로자도 생겨난다. 더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웃소싱(Outsourcing·외주)'은 가뜩이나 가벼운 월급봉투를 더 얇게 만들고 있다.
△노는 게 낫다(?)= 대구시 북구 3공단 한 기계업체 근로자인 40대 가장 이민수(가명) 씨. 지난 5월 프레스 작업중 손가락을 다쳐 5개월 넘게 쉬고 있는 그는 일할때보다 더 많은 산재근로자 휴업급여를 받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 63만 원 밖에 벌지 못했던 이씨는 노동부 고시 금액을 적용받아 월 74만 4천 원(2만 4천 800원×30일 기준)씩을 받고 있다. 이씨는 쉬는 기간동안 월 11만 원 가량을 더 번 셈.
노동부 취업 전산망을 통해 올들어 10월까지 대구·경북에서 취업한 사람들(3만 5천 266명)의 임금수준을 집계한 결과, 월 80만 원 미만이 4천 541명(12.9%)에 이르고, 80~100만 원 8천 112명(23%), 100만~120만 원 7천 334명(20.8%), 120만~150만 원 5천 350명(15.2%) 등이었다. 월 100만 원도 못받는 근로자들이 전체 신규 취업자의 3분의 1이 넘었다.
저소득 근로자의 기준은 월임금 170만 원 이하. 근로복지공단 측은 대구·경북지역에 170만 원 이하 근로자가 너무 많아 각종 근로자 지원자금이 언제나 빠듯하게 돌아간다고 했다,
△아웃소싱이 저임금 부추겨= 고교졸업 후 직장을 못구해 애태우던 황미영(23·가명) 씨. 그는 올 초부터 대구에서는 이름난 전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현재 월 110만~130만 원 수준의 괜찮은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그는 주 44시간 근무로는 월 70만 원 밖에 받지 못한다. 하루 3, 4시간의 잔업은 기본이고 토, 일요일 근무까지 해야 100만 원을 겨우 넘길 수 있다. 토, 일요일에 얼마나 일하느냐에 따라 월급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달라진다. 주 5일제 시대, 그는 주말과 휴일도 잊은채 '죽도록' 일해야 100여만 원을 챙길 수 있는 것.
이 같은 '중노동'은 작업 공정별로 '아웃소싱'을 택하는 회사가 늘면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성서공단 한 전자회사는 전체 근로자 1천 700명 가운데 아웃소싱 소속이 1천 500명에 이른다. 그들은 모두 법률이 정하는 '최저시급'을 적용하고 있다.
성서공단노조 관계자는 "전자업체들이 25세 이하의 섬세한 여성근로자들을 선호하지만 시급이 너무 짜 중노동과 박봉, 이직의 악순환이 되풀이돼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양극화 끊어야=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임금 근로자 양극화 현상 해소를 위해서는 '공공사회 서비스'를 통한 고용창출과 새로운 직무능력 시스템 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9월 보고서에서 "2003년 기준으로 한국 공공사회서비스 부문 취업자 비중(11.6%)은 노르웨이(34.2%), 덴마크(31.3%), 스페인(18.2%), 일본(16.0%)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공공사회서비스 부분의 새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 윤영탁 취업지원팀장은 "국가가 미래 신규직종에 대비한 다양한 능력 개발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취업자들은 아웃소싱 증가에 따른 단순생산직 및 사무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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