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功인가 국회의원 意中인가

입력 2005-12-22 10:54:43

내년 지방선거 공천 변수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유치에 나섰던 포항, 경주, 울진, 영덕 단체장들은 한나라당 공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들 단체장의 방폐장 유치 공과가 지역 민심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다 공천권을 행사할 지역 국회의원들도 공천 때 방폐장 유치 '옥석'을 가리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

◆포항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장식 포항시장은 경주 방폐장 유치의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가 많다. 올 초 경북의 단체장 중 처음으로 "방폐장 포항 유치"를 선언했고, 결과적으로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하는 데 첫 단추를 끼웠기 때문.

정 시장 측 관계자는 "포항시민들은 이웃 경주의 방폐장 유치가 포항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여기고 있고, 지역의 이상득·이병석 의원들도 정 시장의 방폐장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은 "가장 예민한 문제에 대해 단체장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정 시장이 과감하게 정면 돌파를 선언, 정치력도 검증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이에 따라 정 시장 측은 '방폐장 공'이 한나라당 공천심사 때 경쟁자들에 비해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정 시장은 "최근 출판기념회에서 도당 위원장, 지역 국회의원 등 2천500여 인사들이 참석해 스스로도 상당히 놀랐다"며 "당내 인사들로부터 정치적 결단력을 칭찬하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과 백상승 경주시장은 방폐장 유치에 한 배를 탔다. 하지만 정 의원이 백 시장을 시장 후보로 공천할지는 미지수다. 백 시장이 '정 의원 쪽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많기 때문이다.

백 시장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 김일윤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다. 반면 정 의원은 지난 총선 때 김 전 의원과 공천 경합을 벌인 사이다. 그래서 백 시장이 지난 총선 때 자신을 돕지 않았다고 정 의원 측은 여기고 있다. 그래서 방폐장 유치 이전까진 백 시장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다.

하지만 백 시장이 방폐장 유치에 성공하자 사정은 달라졌다. 지금 백 시장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 공천은 '떼어논 당상'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이와 관련, 백 시장은 최근 정 의원을 만나 공천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누구를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내년 3월쯤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자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정 의원이 백 시장의 방폐장 유치 공을 걷어차고 자기 편 사람을 내세울지, 아니면 경주시민들 민심을 얻은 백 시장을 민심대로 공천할지가 주목된다.

◆울진

김용수 군수의 한나라당 재공천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김광원(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 최근 '딴 생각'을 품었다는 소문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

내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김 의원은 김 군수가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 책임을 따진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당시 김 군수에게 '잘못 처신하면 재선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얘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군의원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청동의서를 군의회에 제출한 만큼 군수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했다.지역 정가에서는 김 의원이 김 군수를 공천하지 않을 경우 도지사에 출마하려는 김 의원의 지지기반만 허물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 군수는 방폐장 유치에 분명 나섰고, 더욱이 친환경농업엑스포 성공에다, 울진원전에서 발생하는 각종 지방세를 늘려 군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군수가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군의원들로부터도 신망이 두터운 김 군수가 이들 군의원들은 물론 경북도의원 시절 맺었던 김 의원 지역구 내 여타 군지역 단체장 등과 연대해 상당한 지지세를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김 의원 '고향'이 '타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울진의 한 인사는 "도지사 선거 경쟁자인 김관용 구미시장과 정장식 포장시장은 탄탄한 지지기반이 있지만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약하다. 김 군수와 마찰을 빚어 지역구에서 다시 절반을 잃고 출발하는 상황을 감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덕

김광원 의원의 김병목 군수 '사랑'이 변함없다는 정가 분석이 대세다. 최근 김 의원의 영덕 나들이가 잦은 것도 이를 반영한다. 김 의원은 김 군수가 비록 방폐장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79.8%의 찬성률이 나온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

지난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 군수는 당시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지만 방폐장 유치 운동을 통해 김 의원의 신뢰를 더욱 얻었다고 정가는 분석하고 있다.김 의원은 "영덕군수는 방폐장 유치에 최선을 다했다. 실패하긴 했지만 주민들도 방폐장 유치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김 군수가 방폐장 유치 실패 후 야기된 극심한 민심분열 현상을 아직도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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