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정치를 생물이라 했다.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며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입시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도 입시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배치기준표를 맹신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년간의 축적된 데이터로 추론한 자료일 뿐, 현재의 역동적인 흐름을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입시전문가들은 놀랄 만한 예지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사회의 흐름을 파악할 줄 알고 수능을 기술적으로 들여다 볼 줄 알기 때문이다.
'허 준'이나 '대장금'처럼 한의학과 관련된 TV 드라마가 히트칠 때는 한의학 관련학과의 경쟁률이 상승하고 합격선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한다.체제로의 전환으로 전문대학원 진학에 유리한 수의예, 약학, 화학생물학과군의 선호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점수를 높게 배치한다. 이것은 작년 입시 결과에서 그대로 증명이 되었다.
가 연세대 인문·사회 계열과 비슷한 점수대였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며 안타까워하는 학부모도 많다. 청년실업문제로 인한 안정적인 직업군에 대한 큰 흐름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외에 수능의 결과와 지원 성향을 기술적인 시각으로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탐구영역의 향방이나 수리의 난이도에 따라 합격선이 달라진다. 탐구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면 4과목 전부를 반영하는 대학을 피하는 경향이 있고, 탐구영역 수가 적은 대학의 경쟁률이 치솟는다.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면 수학에 약한 상위권 수험생들의 희망도피처의 점수가 높아진다. 연·고대 상위권의 합격선은 서울대와의 중복 합격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고려대 경영학과는 서울대와의 중복합격비율이 20%정도 되며 이 인원이 빠진 상태에서의 합격선을 예측하는 것이다.
올 해는 언어영역이 쉽게 출제되어 수리 성적이 좋지 않은 자연계 수험생이 인문계 모집단위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 인문계 모집단위의 경쟁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지원이란 말 대신 지원전략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쓸 정도로 입시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실험실이라면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인을 조절할 수 있으나 내신/수능/논술/구술/면접과 같은 입시 변인은 마음먹은 대로 통제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이상과 현실이라는 화두를 철학적 사색이 아닌 입시 현장에서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러나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다르다 했던가?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기회가 많다'로 바꾸어 생각하자. 학생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열려있는 것이다. 그래도 최고의 입시전략은 '소신지원'이라고 믿으면서 적성과 미래를 생각하면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자.
유원배(범성학원 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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