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젊음을 걸었다"

입력 2005-12-19 08:55:18

'영남외식컨설팅' 윤기호씨

윤기호(28·) 씨는 음식 만드는 일에 '미친' 사람이다. 대학때 전공은 경제학이었는데 전공을 내치고 조리 강의를 들으러다녔다."남자가 무슨 부엌데기를 하느냐"는 부모님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친구들까지 "남자가 할 일도 아니고, 젊은 사람이 할 일도 못된다"고 핀잔을 줬다.

윤씨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군대에서부터 '미래의 직업'을 생각했다. 그래서 솥단지를 안고 살았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취사병으로 근무했다.제대후 한정식집·복어집·뷔페식당 등에서 일했다. 지난 10년간 거치지 않은 종류의 식당이 없다. 조리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이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식으로 배웠습니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였죠. 서울에서 첫 직장을 얻었는데 낮엔 한정식집에서 일하며 배우고, 밤에는 철판요리 집에서 역시 일하면서 익혔습니다. 1996년 대구로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구에서는 손꼽히는 음식점을 두루 다니며 조리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윤씨는 신종 직업인 조리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조리 코치라고도 불린다. 대구의 외식컨설팅업체인 '영남외식컨설팅'이 현재 그의 직장. 조리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론과 실제를 동시에 전수해준다. 대구의 20대 조리사 가운데 윤씨만큼 '조리 커리어'를 쌓은 사람은 드물다. 식당 주인들이 그에게 '한 수 배우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어떤 컨설팅을 하느냐고요? '이런 요리를 만들고 싶은데' 또 '저 요리를 베껴 똑같이 만들고 싶은데 가능하냐'는 의뢰가 가장 많죠. 물론 쉽지 않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인데요. 혼자서 많은 고민을 해야합니다."

윤씨는 가장 잘하는 요리가 '신선로'라고 했다. 대구의 한 유명 한정식집에서 환갑을 넘은 '고참 주방장'으로부터 배운 솜씨. 신선로는 최소 20, 30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는, 그야말로 '요리의 종합선물세트'다.

"외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조리사에 도전하고, 음식 만드는 일을 예술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죠. 직업에 대한 편견이 너무 강합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더하죠. 이것을 깨뜨리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이 다양한 영역에 도전할 때, 사회도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그는 요리개발쪽으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우리 음식'을 만드는 것이 윤씨의 목표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