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부엌으로 갔다

입력 2005-12-17 14:07:42

글 최영재·사진 김용해/ 가나북스

요리가 여성만의 몫이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식도락가들 말고 스스로 만들어 먹는 자칭 요리사들도 많은 세상이다. 특히 맞벌이가 일상화된 요즘 남성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는 대접을 받는다. 집안일을 확실히 분담해 주니 다정한 남편으로 사랑받고, 아이들에게 손수 건강요리를 해 먹이니 다감한 아빠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요리를 잘한다는 것은 끈기있고 섬세하며, 창의력이 뛰어나고 감성이 발달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헌실할 줄 안다는, 삶의 즐거움 중 하나를 알고 있다는, 인생의 기쁨을 만들어낼 줄 안다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남자의 손끝으로 만들어지고 혀끝으로 완성된 요리 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웃고 즐기며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 28명의 명사들의 요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남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일과 가정을 꾸려왔고, 요리가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 뒤에 얽힌 이야기들을 듣고서 글과 사진으로 진솔하게 보여준 내용들이다.

재야운동가 백기완 씨가 만드는 황해도 빈대떡, 탤런트 임현식이 만드는 낙지전골,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의 북어김치 만드는 방법과 그 주변 이야기가 푸짐하게 펼쳐진다. 28명의 명사들이 밝히는 요리 비법과 요리와 관련된 숨은 얘기들을 읽다 보면 요리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 배고프면 그대로 부엌으로 달려가 허기진 배를 달래봐도 될 듯.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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