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넓게 보인다"…끝까지 분석을

입력 2005-12-17 14:10:38

정시모집 전략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원하는 점수를 받아 미소가 감도는가 하면, 기대했던 점수에 못 미쳐 낙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능 성적이 발표된 지금부터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수능 점수 몇 점 차이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특정 영역의 점수가 나쁘다고 반드시 불리한 것도 아니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이라도 어떤 전형 방법을 쓰는 대학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엄청나다.

지금은 수능시험을 치른 후 가채점 결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의 범위를 알아보던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모집군별로 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결정해 원서를 쓰고 전형을 준비해야 하는 입시의 마지막 단계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 자신의 전형 요소를 파악하라

지원 전략 수립의 출발점은 수능 점수, 내신 성적, 논술·면접 실력 등 자신의 전형 요소별 강약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언어와 수리, 외국어 가운데 상대적으로 성적이 나쁜 영역은 없는지, 수리 영역은 가중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 탐구영역의 상대적 성적은 어떠한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체 수험생 가운데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에 있는지 가늠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영역별 점수 분포에 비춰볼 때 내 점수의 유·불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난이도와 응시생 숫자가 제각각인 탐구영역에서 내가 선택한 영역은 어떤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조합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자연계열이라면 수리 '나'형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교차지원할 여지는 어느 정도 있는지 등이 관건이다.

내신 성적의 경우 거의 모든 대학의 실질 반영률이 낮기는 하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수능 표준점수 동점자가 많기 때문에 비슷한 점수대에서는 내신 성적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대학별 반영 방법과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논술고사나 면접·구술고사가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자신이 논술·면접 준비를 어느 정도 해 왔는지 객관적으로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 대학별 전형 방법을 분석하라

대학들의 정시모집 전형 방법은 갈수록 복잡해져 어지간히 연구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수능시험이 끝난 후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를 준비하지 않는 많은 수험생들은 특히 입시기관에서 내놓는 지원 기준표에 따라 눈치작전을 벌이면 될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마치 대학입시가 모두 끝난 것처럼 '대학 가는 길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입시계의 속설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수험생들로서는 자신의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에 적합한 범위의 대학을 선정하고 전형 방법을 분석해서 가장 유리한 대학의 학과에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은 대학별로 수능 성적은 어떻게 반영하는지, 반영 영역과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탐구 영역 반영 과목 수는 몇 개인지, 가산점이나 지정 과목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따져 큰 범위에서 자신이 지원할 대학을 정한 뒤 자신의 조건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대학을 찾아내야 한다. 얼마나 이를 충실히 하느냐에 따라 수능 점수 몇 점이나 내신 성적 한두 등급 차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지원 경향과 선호도를 분석하라

정시모집 지원 전략에 대해서는 흔히 '3개 모집군에 걸쳐 소신과 안전 지원을 병행하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막상 3개 모집군을 살펴보면 자신이 지원할 만한 학과가 한 두 곳뿐일 수도 있다. 소신 지원할 학과를 찾기 힘들거나 3개 모집군 모두 합격선 근처에 있어 불안할 수도 있다.

안전 지원이라고 했는데 수험생들의 지원 경향에 따라 엄청난 경쟁률을 보일 수도 있고, 무리하게 지원했다가 추가 합격하는 기쁨을 맛보는 경우도 있다. 전년도에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던 학과가 미달되는가 하면 몇 년째 실질 경쟁률이 일 대 일을 겨우 넘기는 학과도 있다.

이를 예견하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의외로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담임 선생님이나 고교 선배 등에게 학과별 지원 경향의 대강을 들어본 뒤 전문가들과 깊이 있게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가장 가까이서 몇 년 동안의 입시 결과를 지켜봤기 때문에 수험생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정보들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합격 여부가 불투명한 학과들에 지원해야 한다면 눈치작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첫날부터 마감 순간까지 학과별 원서 접수 상황을 꼼꼼하게 파악한 뒤 두세 개 학과를 두고 저울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성이나 장래성 등을 따져 꼭 가고 싶은 학과가 있다면 막판까지 애를 태우더라도 합격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

◇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자신의 수능 점수와 내신 성적 등에 맞춰 대학을 결정하고 지원하기로 했다면 대학별 전형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수능 점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일찌감치 포기하거나 합격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학에 재미 삼아 지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수험가의 풍문에 휘말려 막판에 지원 대학을 바꾸다가는 손해를 볼 가능성도 크다. 지원 후 경쟁률이 높다고 낙심해서도 안 된다.

논술·면접을 치르는 대학에 지원할 수험생이라면 끝까지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부분 상위권 대학이 해당되기 때문에 여타 전형 요소의 변별력은 낮다. 막판에 논술·면접에서 당락이 바뀔 여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해마다 수능에서 재수생이 강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재수해서 수능 점수가 올라갈 확률은 20% 정도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은 되레 점수가 떨어지는 게 재수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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