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냉정'찾아야 할 때다

입력 2005-12-17 11:48:55

배아 줄기세포의 진실은 무엇인가. 어제 하루 이 질문은 국민적 화두가 됐다. 그러나 아직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서로 다른 주장은 진실을 갈망하는 국민을 헷갈리게만 했다. 둘 중 한 사람은 원했건 아니건 국민을 속였다. 게다가 두 사람은 과학도의 면모마저 잃었다. 진실을 찾는 길에서 두 사람은 냉정 대신 눈물과 강개로 맞섰다.

과학은 진실을 생명으로 한다. 진실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미(美)와 선(善)의 잣대는 바뀔지언정 진실의 잣대는 변할 수 없다. 그만큼 진실은 냉정하다. 눈물로 호소하고 비분강개한다고 진실을 바꿀 수는 없다.

배아 줄기세포가 아예 없다는 주장과 바꿔치기 당했다는 주장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연구에 동고동락했던 두 사람의 주장에서 사진이 조작됐고 세포가 오염됐다는 부분을 빼면 일치하는 부분이 드물다. 동료였던 두 사람의 진실은 천양지차로 벌어졌다.

연구의 핵심인 황 교수는 이제 과학도의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과장 부분이 있었거나 실수가 있다면 솔직히 고백하라. 주장이 진실이라면 과학의 방법으로 냉정하게 증명해야 한다. 언론을 이용하고 미사여구와 눈물로 국민 앞에 나서서는 안 된다.

국민은 여전히 황 교수의 연구 결과를 믿고 있다. 생명공학에서의 한국의 자리를 자랑으로 삼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 결과가 발표되던 그날의 감격은 아직도 국민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있다. 경쟁국의 도전을 뿌리치고 하루라도 앞서 나가자는 성급함이 과장을 불렀다 하더라도 국민은 이해하고 박수 칠 용의가 있다. 아직도 한국의 수준을 믿고 있다.

지금은 냉정을 찾아야 한다. 과학의 증명을 과학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하려다간 국제사회에서 한국 과학의 위치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국민이나 언론, 정부도 차분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감격했던 국민적 자긍심을 유보하고 지금은 진실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대 자체 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자료 제출이 제대로 된다면 1, 2주 안에 사태 진실의 대강은 밝혀질 수 있다. 그때까지 이 논쟁은 더 이상 진행돼선 안 된다.

진실하지 않은 과학은 존재할 수 없다. 생명공학에서의 한국의 수준이 흔들려선 안 된다. 한국 과학의 내일을 위해 지금은 모두가 냉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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