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하면…연말은 기쁨 두배

입력 2005-12-17 09:51:58

13일 오후 8시 동용국(46·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씨 집 거실. 동씨는 탁자를 내오고 아내는 케이크, 과일 등 음식을 준비한다. 자녀들도 벽에 크리스마스 장식 및 아트풍선을 다느라 정신이 없다. 깔끔하게 정리되고 나자 집안은 어느새 파티 분위기.

막둥이 세준(3)이가 자신의 애창곡 '곰 세 마리'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동씨는 그동안 고생한 아내를 위해 자신의 주특기인 발마사지를 해준다. 아내는 감동하는 눈치다. 자녀들도 이런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큰아들 길준(16·대건고 1) 군은 "서로 잘 돕고 화목한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웃었다. 사회복지사가 직업인 부인 이은희(43) 씨도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파티 분위기를 만들고 나니 가족이 있어 행복함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동씨 가족은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크리스마스 카드에 담아 보낸다. 이 속에는 고마움도 들어있지만 불만이나 아쉬움도 빠지지 않고 흘러나온다.

올해 대입시험을 치른 맏딸 지선(18·효성여고 3) 양은 "우리 집에 고3이 있었느냐?"며 볼멘 얘기를 한다. 어머니가 주변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느라 정작 큰딸에게는 아침밥도 제대로 한번 챙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따라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한 지선 양은 "그래도 그런 어머니가 있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감사해 했다. 어머니를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 수능시험을 치자마자 고깃집에 아르바이트로 취업한 지가 벌써 3주째다.

둘째 딸 유선(15·화원중 3) 양은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빨리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다고 선포한 것. 하지만 부모는 딸의 뜻을 받아들여 흔쾌히 승낙해줬다. 유선 양은 "더 열심히 공부할 자신 있다"며 "믿어준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래서 가족일까? 서로 잘못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각오를 거침없이 말하지만 오히려 이해의 폭은 더 커지고 있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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