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어르신 맛타운

입력 2005-12-15 13:49:35

교통비 공짜·음식값 저렴 "우리한테 딱이지"

14일 점심 시간 무렵. 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양리 지하철 문양역.

대구지하철 2호선의 마지막 종착역인 이곳 주변은 전형적인 농촌이다. '집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문양역 입구에서는 의외의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매운탕, ○○식당' 등 식당 상호가 선명한 승합차들이 쉴 새 없이 노인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주변 알록달록한 포장마차 안에도 노인들이 북적댔다.

한 민물고기 매운탕 업소를 찾은 이모(68·대구 서구 본리동) 할아버지는 "노인아카데미 회원들과 함께 송년회를 하기 위해 모였다"며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어 교통비가 들지 않는데다 대구시 외곽이라 가격도 저렴, 노인들에겐 이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개통 이후 도심 속의 농촌, 문양역 주변이 새로운 '노인 천국'으로 뜨고 있다.

노인들이 몰려들면서 문양역 입구에는 이들을 인근 식당으로 실어나르는 승합차가 항상 6, 7대씩 대기하고 있다. 포장마차도 잇달아 개업하고 있다. 기자가 승합차에 동승했다.

5분 정도 국도를 달린 차는 식당 간판이 빼곡이 들어찬 마을에 도착했다. 이웃한 가게 대부분 민물고기 매운탕 업소. 각 식당입구에는 승합차가 바쁘게 드나들었고 노인들은 무리지어 식당으로 몰려들어갔다. 식당 안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

ㅂ식당 김숙열(45) 사장은 "지하철 2호선 개통 이전에는 30, 40대 직장인들의 방문이 잦았는데 비해 최근에는 어르신들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승합차를 이용, 노인들을 실어나르면서 매상이 2배로 뛰었다"고 좋아했다.

문양역 주변 식당은 모두 11곳. 이 가운데 8곳이 승합차를 이용, 노인들을 지하철역까지 실어나른다. 친구들과 함께 찾은 정관식(66·대구 중구 동인동) 씨는 "집이나 복지회관에서만 시간을 보내기가 무료했는데, 고향 생각이 나는 농촌에서 바람도 쐬고, 음식값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문양역 주변 포장마차. 소주 2천 원, 호박전 1천 원 등 안주 대부분 1천~3천 원대. 노인들의 얇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가격이다. 낮에는 주로 60, 70대 노인들이 찾지만 해가 지면 30, 40대 손님이 줄을 잇는 점도 특징.

2호선 개통 후 3일 만에 포장마차를 열었다는 이신자(45·대구 달성군 다사읍) 씨는 "문을 열자마자 하루 25만 원어치를 팔았다"며 "처음엔 호기심으로 찾던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대다수가 단골"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지하철 2호선 종점인 문양역 주변이 대구의 '노인 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하철이라는 편리한 교통에다 인근에 밀집한 저렴한 가격의 식당가, 게다가 농촌 풍경까지 즐길 수 있는 탓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