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신서동 일원, 김천시 농소·남면 일대 등 혁신도시 입지가 고속철도(KTX) 역사 주변으로 잇따라 결정되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속철 등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최우선하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의 요구를 '배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현실론이 있는 반면 간선교통망과의 접근성을 지나치게 고려한 결과 자칫 지역균형발전 및 혁신도시로서의 발전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
△"혁신도시는 KTX 따라"=14일 현재 혁신도시 입지를 결정한 8개 시·도 가운데 상당수가 KTX 역사와 인접한 곳으로 혁신도시 예정지를 정했다.
대구시 동구 신서동 일원 경우 동대구역사와 차량으로 10분 거리이며, 김천시 농소·남면 일대는 KTX 김천역사와 붙어 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예정지인 나주시 금천면 일원 경우 고속철 광주역사와는 차량으로 20~30분, 송정리역사와는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 전북 혁신도시 예정지인 전주 효자동·완주군 이서면 일원은 익산역사와 20분 거리다.
△"입지선정기준 배점 불합리하다"=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일부에서는 건설교통부가 정해 각 시·도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에 내려준 혁신도시 입지선정기준(총점 100점)에서 간선교통망과의 접근성에 가장 많은 20점을 배점한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입지선정위원으로 활동한 한 인사는 "입지선정기준을 만들면서 고속철 등 이른바 수도권과의 접근성에 가장 많은 점수를 준 것 자체가 이전 공공기관 노조에 밀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적 거리에서 한 발짝이라도 서울에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공공기관의 뜻이 공공기관 위촉 입지선정위원들을 통해 혁신도시 선정에 영향을 준 결과 혁신도시 예정지가 KTX와 인접한 곳으로 잇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입지선정에서 탈락한 후보지들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김철수 혁신도시 상주유치 범시민추진위원장은 "북부지역 주민들은 이번 혁신도시 선정을 통해 낙후지역의 동반성장을 기대했다"며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KTX와 가까운 곳을 선호하고, 그 결과 혁신도시 예정지가 KTX 역사 주변으로 잇따라 결정돼 국토균형개발이라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본래 목적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KTX가 지나지 않아도 교통망 등 접근성이 양호하고 낙후된 지역에 혁신도시가 건설된다면 주변지역의 동반성장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 밝혔다.
△"공공기관 이전효과 반감될 수도"=KTX와 인접한 곳에 혁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이전 공공기관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공공기관 이전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입지선정위원은 "고속철 등을 통해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지나치게 좋을 경우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들을 수도권에 그대로 두고 혼자만 내려오게 돼 장기적으로 혁신도시 조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결국엔 혁신도시 조성으로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되고, 지역균형발전을 가져오기보다는 건물 몇 채만 덩그러니 들어서는 껍데기 혁신도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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