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이라도 벌겠다고 나선 사람들인데…
이모(25·여·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씨는 올 한해 내내 '싸움'을 벌여왔다. 난생 처음 법원에도 가봤다.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싸움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 2년 과정의 미국 유명 호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해보라는 한 인터넷 취업 알선 업체의 광고를 본 것이 시작이었다. '거금' 550만 원을 알선 수수료로 지불한 그는 '영어'와 '경력'을 미국에서 동시에 쌓아 전문 외식 사업가가 될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꿈은 3개월 만에 물거품으로 변했다. '해외 취업 사기'의 실제 피해자가 된 것.
"업체는 신청만 하면 무조건 비자 발급 심사를 통과한다고 선전했지만 비자 심사관은 제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 '호텔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알선 업체는 분명 비전공도 괜찮다고 했는데…. 업체 거짓말에 놀아난 거죠. 알고보니 수십 명이 한꺼번에 속았더군요."
알선 업체는 알선 수수료 550만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어떻게 마련한 돈인 줄 아세요? 법원의 지급명령에도 업체는 '돈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제 막 사회로 나서는 구직자들과 '한푼이라도 벌어보겠다'며 일터로 나서는 사람들에게 '사기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피해자는 대다수가 여성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
텔레마케터를 구한다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지난 3월 대구시내 모 화장품업체를 찾아간 주부 최모(41·중구 봉산동) 씨. 어렵게 구한 일자리라며 좋아했지만 결국 돈만 떼이고 말았다.
업체는 일을 계속 하려면 370만 원어치의 회사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다단계업체였음을 안 것은 그 뒤였다.최씨는 "엉겁결에 신용카드로 제품을 구입했지만 곧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즉시 반품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환불을 미루는데 어떡하면 좋으냐"고 하소연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회는 이런 유형의 다단계 피해를 입은 주부가 접수된 것만 올 한해 동안 수십 명에 이른다고 했다.아이들 우유값이라도 벌기 위해 사회로 나서는 주부들을 상대로 5만~10만 원의 가입비를 우려 먹는 '신종 부업 사기'도 판을 치고 있다.
주부 이모(32·경북 경산시) 씨는 6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색연필 등 재료를 구입한 뒤 업체에서 주는 그림 샘플과 똑같이 색칠하면 장당 3천 원씩 받는 부업을 지난달 시작했다. 하지만 도저히 원본을 흉내낼 수 없었다. 색연필 색깔이 너무 연해 한 장 그리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겨우 그림을 완성, 우편으로 30장 넘게 보냈지만 업체는 7장만 수당을 지급했다. 알고 보니 '색칠이 잘못됐다'며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10만 원 이내의 가입비만 챙기는 수법에 걸려든 것.
실제로 대구 남부경찰서는 아동용 그림 그리기 업체를 차린 뒤 1천300여 명으로부터 보증금 7천4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황모(38) 씨 등 2명을 붙잡기도 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이런 유형의 '색칠 업체'가 10여 곳 성업 중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파출부알선업체의 횡포도 여전하다. 알선업체들은 5만 원 가입비에 10번 일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뒤, 실제로는 2, 3번만 소개시켜 주는 수법으로 가입비만 챙기고 있다.
소비자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는 여성들이 힘없이 당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회 등 소비자보호단체에 반드시 신고, 구제절차를 밟으라"고 조언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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