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너머 펼쳐진 낙조의 대향연

입력 2005-12-14 09:59:56

영천 보현산 일몰

오늘도 해가 진다. 당연한 자연의 섭리.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보는 일몰은 더 각별하다. 연초 해돋이를 보며 기대했던 설렘은 없다. 아쉽다. 허전하다. 이 아쉬움을 애써 붙들려는 걸까. 너도나도 한 해 끝자락의 해를 보려 떠난다.

일몰은 역시 온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서해낙조가 일품이다. 올망졸망한 섬이라도 배경에 있으면 더 운치 있다. 하지만 대구에선 멀다. 좀더 편하고 즐겁게 일몰을 즐기며 머릿속의 상념을 정리할 순 없을까. 해답은 산에 있다.

산에서 보는 일몰은 바다보다 대담하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의 검은 실루엣을 배경화면으로 삼은 붉은 일몰. 한해 동안 걱정과 생채기로 가득한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풍경으로 딱 어울리는 곳이다.

텅 빈 가슴을 녹이려 경북 영천 북쪽의 보현산(해발 1,124m)을 찾았다. 천문대까지 도로가 나 있는 보현산은 산행을 하지 않고도 정상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노루꼬리만큼이나 짧다는 겨울햇살을 걱정하며 발걸음을 서둔다. 지난주 내린 눈이 얼어붙어 정상부근은 승용차로는 위험하다.

천문대 방문객센터가 정상 부근이다. 시야가 탁 트이고 멀리 화산과 팔공산이 희미한 실루엣으로 펼쳐진다. 장엄하다. 여린 겨울 햇살 때문인지 뼛속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더 기승이다. 하긴 아무리 세찬 겨울바람이라 한들 대수냐 싶다. 이미 지난 1년간이나 뼛속 깊이 시린 생활을 해오며 단련해온 터다.

잠시 훈훈한 기운 땜에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서쪽하늘이 붉다. 구름 때문에 색깔이 많이 옅어지긴 했지만 바다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여전히 화려하다. 희미하게 변해가던 산봉우리 파노라마를 온통 붉게 물들이더니 이내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진다. 우리나라 3대 낙조 명당이라는 강화 석모도에서도, 안면도 꽃지해변에서도, 변산반도 모항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애써 올라온 길인데 일몰만 보고 내려가기 아깝다. 일몰 전에 올라와 방문객센터 천문전시관을 둘러볼 만하다. 천체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고 간단한 기념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 산을 오르는 9.3㎞ 길이 험하기 때문에 겨울철엔 바퀴에 스노체인을 감아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해가 지면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에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 한다.

▶보현산 천문대 찾아가는 길=대구-포항 고속도로 북영천IC~화북·청송방면 35번 국도~화남면∼화북면 자천리∼자천리서 2㎞ 가면 과적차량 검문소(이정표 보임)~옥계리 삼거리서 우회전∼정각리삼거리(천문대 진입로 좌회전)∼정각리에서 천문대까지 9.3㎞ 산길(아스팔트·시멘트 포장길)~천문대 주차장.

◇ 영천 인근 가볼 만한 미술관

*호당미술아카데미

·위치=영천시내에서 신녕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이정표가 있다.

·특징=현재 영천교육청 체험학습장으로 지정되어 명화감상, 탁본수업, 소묘 등의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기타 지역에서도 단체로 신청하면 강좌에 참여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누드교실은 일반인에 개방되어 있다. 현재 14명의 예술가들이 개인작업실에서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전시=호당미술관 제1전시관 제2전시실을 찾으면 일반인들도 소장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작업실 앞의 복도에도 작품을 전시해 두고 있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시안미술관

·위치=호당미술관에서 나와 의성쪽으로 가다가 은해사 방면 삼거리 지나자마자 우회전해 철길을 건너가면 된다.

·특징=문화와 예술에 관한 복합문화공간. 전문전시실인 갤러리 시안, 조각이 있는 야외광장, 역사박물관, 레스토랑 등의 시설이 있다.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도 자랑거리.

·전시=올해 말까지 특별기획 초대전으로 '오오쿠보 에이지 & 차계남 프로젝트'전이 열린다. 주말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가능.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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