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으로 촉발한 검찰과 경찰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어제는 허준영 경찰청장이 검찰이 진행 중인 한 거물 법조 브로커 수사를 기자들 앞에서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 브로커는 검찰'군'정치권 등 전방위에 걸쳐 로비를 했는데도 경찰 고위 간부의 비리만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항변이었다. 검찰 수사에 대해 10만 경찰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드문 일이어서 어리둥절하게 한다. 허 청장은 이 자리서 예민한 수사권 조정 문제까지 나가며 검찰 견제를 주장했다.
경찰은 한 달 전에도 검찰 수사 피의자의 호송을 중단해 한때 영장 실질 심사가 차질을 빚게 했다. 이 뒤에도 검찰이 주재하는 '사법경찰관 교양 교육' 참석을 거부해 마찰이 일었다. 검찰이 지명수배한 기소중지자의 검거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며, 민생 침해 사범 단속을 위한 검'경 합동 회의에도 잘 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경찰은 이 모두 '법적 규정이 없다'는 게 이유지만 국민으로서는 왠지 미더워 보이지 않는 측면이 많다.
경찰의 이러한 행동은 검찰이 지닌 취약점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시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생치안의 첨병인 경찰이 그런 식으로 손발이 없는 검찰을 몰아세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질 수밖에 더 있겠는가. 물론 비합리적인 관행은 개선해야 하고, 새로운 경찰의 위상 정립도 해야 한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첨예한 시기에 그런 조치들을 계속 꺼내 드는 것은 성숙한 경찰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독자적 수사권을 행사할 경찰은 그 막강한 권한에 상응하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구조 개혁은 그런 수사 주체로서의 신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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