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 성과를 내거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 예컨대 치밀한 계획, 주도면밀한 과정 관리, 시간적·물적 여건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성공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을 하는 사람의 성취 동기나 성공에 대한 욕구다. 이것이 결여되면 준비에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의 긴박한 진행이나 열정적 추진은 기대하기 힘들다. 반대로 지나칠 경우 과정이 왜곡되거나 편법이 동원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만큼 정신적·심리적 요소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간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공부에서도 다를 게 없다. 책에 매달리기 전에 왜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를 분명히 해 두지 않는다면 이내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공부에 대한 동기는 성장 단계별로 달라진다. 초등학생 때는 부모나 친지들의 만족과 그에 따른 칭찬, 보상 등이 공부를 하는 주된 이유가 된다. 하지만 커갈수록 동기는 내면화해 부모의 요구나 주위의 기대치 등은 영향력이 떨어진다. 부모나 교사의 입장에선 결국 스스로 하고자 하는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학부모 가운데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 근로자 가구주의 학력별 근로소득 수치를 보며 옳거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근로자의 월 평균 근로소득이 200만 원인데 비해 대학교 졸업자는 300만 원, 대학원 졸업자는 400만 원이라는 통계다. "형편이 이런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자녀를 다그칠 좋은 명분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장래의 상황에 대한 예측은 학생들에게 그저 공부를 해야겠구나 하는 막연한 압박감만 줄 뿐 당장 책을 집어 들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다. 교사들에게 들어보면 학부모들이 대단히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여기는 지적 호기심,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데 대한 흥미 같은 것들이 학생들을 책상 앞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좋은 기재가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한국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학벌주의를 여전히 맹신하고 있다. 근로소득 통계를 두고는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장이 각각 100만 원의 추가 소득을 가져온다고 믿어버린다. 대학원을 졸업한 가구주 가정의 월 평균 교육비 지출액이 65만여 원으로 고졸 가정의 2.3배에 이른다는 통계청의 뒤이은 집계도 믿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통계청의 자료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현실상과 대단히 동떨어져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학원 졸업이 오히려 취업 연령 제한에 걸리는 빌미가 되거나, 일반직에 취업하기 위해 박사 학위까지 숨기는 세태이다 보니 학력 인플레를 부추기는 이 같은 통계가 나오는 경위에 던져지는 의심의 눈초리도 적잖다.
학력에 따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고학력이 오히려 당사자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주는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시기에는 해마다 되풀이하는 낡은 통계만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공부의 동기를 던져주고 학부모들에게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국가 차원의 서비스가 절실하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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