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그동안 시험이나 하루 생활, 심부름 등 많은 부분에서 용돈이나 선물 같은 보상을 해왔습니다. 그랬더니 요즘은 반대 급부를 제시하지 않으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절대적인 유아기에는 무슨 말이든 듣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나면 점점 달라집니다. 부모의 권위는 약화되는 데 비해 스스로의 내적 동기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가 무작정 시키는 말은 잘 듣지 않게 됩니다.
이럴 때 부모들은 흔히 행동의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 일정한 보상을 약속합니다. 가령 학교 시험을 잘 치면 외식을 하겠다, 심부름을 하면 용돈을 주겠다, 일주일에 책 열 권을 읽으면 선물을 주겠다는 식입니다.
버릇이 나빠진다고 좋지 않은 방법으로 보기도 하는데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보상 체계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지속적이냐 하는 것입니다. 우선 그때그때 엄마의 마음에 따라 들쭉날쭉해서는 안 됩니다. 보상 약속을 잘 지키지 않거나 일회성으로 그칠 경우 실망감을 안겨줘 동기 유발이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부모의 일관된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유연하게 대처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성격이 다소 급해 잘 기다리지 못한다면 그날그날 보상을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시험이 여러 날 남은 상황에서는 점수를 잘 받으면 큰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보다 오늘 몇 시간 열심히 공부하면 용돈을 주겠다는 약속이 더욱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기간은 천천히 조금씩 늘려 가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보상을 할 때 부모의 태도입니다. 단순한 거래처럼 휙 던져주지 말고 반드시 보상의 의미를 명확하게 말해 줘야 합니다. 행동과 보상을 연결시켜 설명함으로써 무언가를 잘했을 때의 결과를 스스로 예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부모의 만족이나 행복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잘 해서 외식을 한다면 "네 덕분에 외식을 한다"고 칭찬하고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보상 체계도 큰 틀로 바꿔가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무엇을 하고, 이번 주 내로 무엇을 끝내라는 식이 아니라 네가 할 일을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부모는 공부를 가르치고 과제를 내 주는 선생님처럼 앞에서 끌어가려 하지 말고 뒤에서 도와주는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내적 동기를 스스로 만들고 자신이 계획을 세워 행동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궁리하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보상 체계는 적절한 정도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상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작은 보상에는 잘 행동하려 들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인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 되짚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는 막연히 아이가 버릇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보상 체계에 허점이 있었거나 너무 딱딱하게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처음에는 엄마가 보상 체계를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도권을 아이에게 빼앗겼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위에 있는 것이지요.
이럴 때는 더 권위적인 사람, 가령 아버지가 개입해서 분위기를 바꿔줄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가족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왜 이런 보상체계를 만들었는지, 그동안 어떤 상황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보는 시간도 유용할 것입니다. 보상이란 결국 자녀의 올바른 성장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한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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