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세력과 '두더지 혼인'

입력 2005-12-12 11:41:40

한때 두더지 게임이란 게 유행한 적이 있다. 상자처럼 생긴 기계 구멍 속에서 계속 여기저기 불쑥불쑥 두더지 모양의 머리가 튀어나오면 재빨리 방망이로 두들겨, 구멍 속으로 되눌러 고개를 치솟지 못하게 하는 게임이다.

두더지란 놈은 원래 다리는 짧으나 발바닥이 넓고 커서 땅굴을 잘 파기 때문에 뚫고 나온 구멍을 메워도 금세 다른 구멍을 파고 나온다.

그래서 두더지 게임도 웬만큼 재빠른 솜씨가 아니면 잇따라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구멍 속에 다시 때려 넣기가 쉽지 않다.

두더지 게임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두더지 머리에 김일성이나 히틀러 같은 '고개 못 쳐들게 두들겨 제거해야 할' 기피 인물들의 이름을 써 붙였었다.

요즘 노 정권이 집권한 이후 소위 친북 세력이나 좌파 인사 그룹 쪽에서 불쑥불쑥 다수 국민의 정서에 반(反)하는 친북 좌파적 돌출 언행들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하는 모습과 이에 맞서 친북 좌파 분위기가 뿌리내리고 번지기 전에 땅속으로 되집어 넣으려는 듯한 보수 중도 세력의 방망이질이 마치 두더지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맥아더 동상 철거를 외치는 세력이 고개를 들자 즉각 보수 시민 세력이 대응 시위로 되밀어넣은 사태나 친북 인터넷 사이트가 급증하고 좌파성향의 친여 온라인 매체가 생겨나자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맞서 생겨나는 것도 치솟고, 되누르는 두더지 게임을 연상시킨다.

황우석 신드롬에 대해 '파시즘' 운운하며 난자기증 여성을 '성노예' 논리로 비하시킨 민노당 지구 위원장의 글이 나오자 즉각 분노한 네티즌들의 방망이질이 퍼부어지고 결국 자진해서 글을 삭제하고 고개를 움츠린 것도 두더지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주 북한 인권에 대해 주눅 든 듯 입 닫고 옹호론을 치켜들어온 노 정권 측의 대북 인권 노선에 맞서 50여 국내외 인권 단체들이 '북한인권연대'를 구성키로 하고 '서울선언'을 채택하는 등 방망이를 움켜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TX 열차칸에 노 정권의 업적과 치적을 희망적으로 홍보하는 책자들을 뿌리자 국민행동본부 같은 보수 단체는 현 정권을 친북 좌파적 정권이라 비판하며 극렬한 논조로 반격하는 책자를 맞뿌리고 있다.

또한 보수 우익 단체들이 거의 매주 전국 각지에서 범국민대회나 시민집회를 주최하며 고개 드는 친북 좌파 세력 확산을 저지하고 막아내자는 성명과 집회를 열고 있는 것 역시 치솟고 눌리는 식의 두더지 게임 행태와 흡사하다.

금기시되던 친북 좌파적 언행들이 거침없이 노골적으로 사회 전반의 기층을 뚫고 나오는 분위기도 부쩍 늘어났지만 잠잠해 있던 보수 쪽의 방망이 숫자도 불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나라 분위기가 이처럼 두더지 게임 식으로 가서는 분열과 국력 소모뿐 아무것도 얻어지지 않는다. 소모적 두더지 게임은 끝내야 한다. 치솟지 않으면 방망이는 저절로 없어진다. 만에 하나 계속 고개 쳐들고 세상을 혼돈스레 흔들어 대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런 속담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두더지 혼인 같다.'

이 말은 '자기 분수는 생각 않고 엉뚱한 헛꿈을 꾸고 있다'는 풍자다.북한의 실패한 사회주의는 다리 짧고 발바닥만 커다란 못생긴 두더지처럼 국제 사회가 외면하고 혐오하는 체제다.

보수'좌파 논쟁을 떠나 남한의 국민은 이미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가 이념'체제보다 더 소중함을 알고 있다.그래서 민주화된 국민답게 대북 지원에 호주머니 풀 줄도 알고 탈북자 도울 줄도 알고 축구장의 인공기에도 대범할 줄 알고 이산가족 상봉에 같이 눈물도 흘려 주지만 북한 체제와의 혼인까지는 절대 '아니올시다'다.

헛된 꿈과 희망은 일찍 버릴수록 좋다.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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