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잇단 지역 진출
중국은행에 이어 지난달 15일 HSBC(홍콩상하이은행) 대구지점 신규개설이 허용됨에 따라 지역금융계에도 또 한번 외국계 금융기관의 거센 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2004년 말 현재 외국은행의 국내 진출은 37개 은행, 49개 지점, 16개 사무소로 영국계가 11개 은행으로 가장 많고, 미국 및 일본 은행이 각각 9개씩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는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모두 29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전체 예금은행 점포 561개(2005년 9월 말 현재) 중에서 5.2%를 점유하고 있다. 전국 예금은행 점포 6천410개(2004년 말 현재) 가운데 10% 정도인 644개가 외국계 점포인 점을 고려할 때, 외국계 금융기관의 지역진출은 그다지 많지 않은 셈이다. 외국계 은행의 추가 진출이 가져올 지역금융산업에 대한 영향과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외국계 은행 지역 점유율은?
대구경북 외국계 은행의 영업실적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올해 6월 말 현재 대구지역 예금은행의 총 수신액 27조3천450억4천200만 원 중에서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차지한 금액은 1조428억2천600만 원으로 3.8%에 불과하다. 여신분야에서도 대구지역 전체 여신 26조449억6천200만 원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비중은 4%인 1조411억5천만 원에 그치고 있다.
대구은행이 11조1천848억4천400만 원의 예금을 받아 7조9천464억9천만 원을 빌려줘 40.9%의 수신점유율과 30.3%의 여신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외국계 은행이 지역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경북지역으로 갈 경우, SC제일은행(수신점유율 1.77% 3천181억1천만 원·여신점유율 1.09% 1천591억4천600만 원)과 한국씨티은행(수신점유율 0.56% 9천475억2천만 원·여신점유율 1.21% 1천772억1천700만 원)의 점유율은 더욱 떨어진다.
◇외국계 은행의 지역진출 영향은?
그러나 HSBC와 중국은행의 대구진출은 지역 금융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투자금융, 파생상품 등 자산운영과 마케팅기법, 리스크관리에서 강점을 가진 외국계 은행의 등장은 지역금융의 질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비롯한 소매금융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HSBC는 이미 "기업금융에도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문을 열 중국은행은 대중국 수·출입이 활발한 지역 중소기업을 중점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 황병우 수석연구원은 "외국계 은행들이 지역 우량기업들에게 접근한 뒤, 그 직원들과 기업주 가족들에게까지 업무영역을 넓혀가는 '미들마켓'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에 따른 은행 간 경쟁으로 지역민에 대한 금리 등 서비스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이 역점을 두는 타깃고객은 주로 우량(PB) 고객군임을 고려할 때, 우량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와 편익은 더욱 커지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서민 가계금융은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은행의 대응전략은?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소수의 점포와 인원만을 가진 외국계 은행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우량고객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구·경북에서 가장 폭넓은 점포망과 인적네트워크를 갖춘 지방은행의 장점을 활용, 우량고객을 지키는 한편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으로부터 소외된 지역 서민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지역민 모두의 은행'으로서 대구은행의 위상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은금융경제연구소 진병용 소장은 "월급통장과 같은 주거래 계좌를 확보하고, 고객밀착경영을 통해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개인화된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직업, 나이, 성별 등 지역고객의 공통특성을 파악, 일반 다중고객을 대상으로 한 틈새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것도 지방은행의 강점을 살린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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