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신부 甲年 시선집 '하나의 꿈'

입력 2005-12-12 08:53:48

모든 이에게 희망을…

이정우(李庭雨) 신부는 우리 문단의 유일한 사제시인이다. 우리 문학에 독특한 종교시의 경계를 열어 보인 문인이다. 올해 갑년(甲年)을 맞은 이정우 시인이 시선집 '하나의 꿈'을 가톨릭신문사에서 펴냈다.

첫 시집 '그 노래만이 나의 뽐낼 하늘이로다' 이후 '그대의 꿈은 날마다 죽고', '이 슬픔을 팔아서', '이 세상의 저녁 시간에', '앉은뱅이꽃의 노래', '내 생애의 바닷가에서', '사람의 길'에 이어 최근 출간한 '울지 않는 마돈나' 등 8권의 시집에서 각 9편씩 72편을 가려뽑아 엮은 것이다.

젊은 시절 반 고흐의 예술가적 삶과 열정을 좋아했고 타고르를 즐겨 읽었으며 김춘수 시인이 아꼈던 시인 이정우. 그는 경북대 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1983년 첫 시집이 나오기까지 14년간의 침묵이 있었다. 시인은 그것을 '세상에 관한 편력'이라고 했다. 통신사 기자와 중등학교 교사 생활을 거쳐 그가 택한 것은 사제의 길이었다. 그리고 시업(詩業)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인가 시선집의 어느 작품을 보더라도 그리스도교적인 인생관에서 나온 사유와 정서가 구체적인 삶의 경험을 통해 다양하고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있다. 이 같은 문학적인 태도는 우리 문단에서도 흔치 않는 일이다.

시인은 방황과 모색, 빛과 어두움, 삶과 죽음, 사랑과 휴머니티, 그리움의 정서와 존재의 슬픔 등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특유의 감성적·심미적 기법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의 시 세계를 관류하는 정신은 그리스도적인 세계관이다.

예를 들면 시선집에 소개된 첫 작품인 '노래 1-서시'와 마지막 작품인 '달마 27-산, 본성을 찾아'를 음미해봐도 그렇다. 두 편의 시는 30여 년의 시간적인 거리를 두고 쓰인 작품이다. 언뜻 보아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기실은 그리스도적 인생관과 세계관이라는 심층구조의 변주에 다름 아니다.

시인의 시는 연륜을 더할수록 울림이 깊어지고 서정이 승화된다. 시인이 자주 마음에 새겼다는 수정양묵(守靜養默;고요함을 지키고 침묵을 양식으로 삼는다) 그대로다.

제8시집 '울지 않는 마돈나'에 와서는 마침내 허정(虛靜)의 경계에 이르렀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달관(達觀)의 경지라고 할까. 갑년을 맞은 시인의 지난 문학적·종교적 여정이란 자신을 온전히 던져 모든 이의 삶을 꿈과 희망으로 바꾸려했던 사랑의 노래(戀歌)였다. 그래서 이번 시선집의 표제 또한 그렇게 살고 노래하고 싶은 '하나의 꿈'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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