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찾아서-칠곡 동명면 기성리 이성호씨 집

입력 2005-12-10 09: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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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대신 통유리…사방천지가 우리집 정원

꼭 전원주택을 화려하게 치장할 필요가 있을까.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가좌마을에 있는 이성호(40·대활한의원장)씨의 집은 자연을 벗삼아 안분지족하는 이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편안하게 자연을 보고 느끼면 그만인 것을….

대지 600평에 본채(50평), 별채(15평), 황토방(8평)까지 다섯 가족쯤은 번잡하지 않게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규모. 충분히 화려하게 지을 만도 할 법 한데, 자연을 즐기러 와서 다른 게 뭐 그리 필요할 게 있느냐는 집 주인의 생각을 읽게 한다. 단순하고 절제된 멋. 집 안팎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다.

50평 집에 방 둘…'후련한' 실내

마치 네모난 성냥갑을 보기 좋게 배치한 것 같은 비둘기색 건물. 어찌 보면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고, 또 어찌 생각하면 외관에 별 신경을 안 쓴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H빔을 이용해 실내에 중간 기둥 없이 큼직큼직하게 지은 집은 내부 공간을 활용하기 좋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 아래 탁 트인 실내가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50평 집에 방이 2개 밖에 없고 벽보다는 큼직한 유리가 반 이상을 차지해 집 어느 곳에서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절로 느끼게 된다. 특히 2층 방에서 앞을 바라보면 멀리 도덕산(660m)이 노적가리 모양으로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옆 창문으로 보이는 뒷산의 소나무 숲은 아무 힘 들이지 않고도 자연의 정원을 이루고 있으니 기분을 즐겁게 한다.

1층 거실에 놓인 것이 소파·식탁·TV가 달랑 1개씩. 꼭 필요한 것들만 필요한 자리에 놓여있는 셈이다.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은 바로 밖으로 보내진다고.

본채 옆에 바로 붙은 별채 방도 커다란 통유리가 3면을 이루고 있다. 방바닥이 바깥 정원 바닥과 거의 수평을 이뤄 한여름에 창문을 열어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꼭 야외 텐트에서 자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천장에 숯을 넣어 공기 순환이 잘 되도록 만든 황토방은 전날 낮에 잠시 군불을 땠을 뿐인데도 다음날 낮까지 바닥이 따뜻했다. "감기기가 있을 때 황토방에서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집니다." 황토방 앞 쉼터에는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난로도 있어 시골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의원에서 남은 약 찌꺼기를 비료로 써서 재배하는 텃밭의 상추·고추·오이·방울토마토 등은 맛이 기가 막힌다고. 겨울에도 무·배추 등을 땅속에 파묻어 두고 조금씩 꺼내 먹는다고 한다.

나무보일러'태양열 "기름 안때요"

"넓은 집이지만 한겨울에도 비싼 기름 한 방울 들지 않습니다."

이 집에서 약을 만드는데 1주일씩 걸리는 '경옥고'를 달이는 이씨의 동생 이인호(34)씨는 심야전기(본채), 나무보일러(별채), 군불(황토방)을 이용해 에너지 절약을 한다고 했다. 소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는 정원도 태양열등이 밤을 밝힌다.

"이곳에서 지낸 지 2년 정도 됩니다. 자연에 오니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도심 아파트에 가면 가슴이 갑갑해집니다."

이씨의 형제들도 자주 머무는 집. 자연 속에서 가족애도 새록새록 쌓이는 듯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위)자연을 벗삼아 단순하고 절제된 맛이 엿보이는 이성호 씨 집. (가운데)3면을 통유리로 처리한 별채 방. 바닥은 정원과 거의 수평을 이룬다. (아래)소나무가 많은 정원을 밝히는 태양열등.

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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