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음주운전

입력 2005-12-09 11:41:14

우리나라 음주운전 단속 역사는 그다지 짧지 않다. 효시는 일제강압시대 초반인 1914년에 나온 '마차 취체 규칙'. 조선총독부는 '마부 등은 만취해 영업하거나 승객 등에게 난폭한 언행을 하면 안 된다'고 발표했다. 이를 어기면 구류 또는 과료 부과였다. 당시 새로 닦은 신작로의 교통 풍경을 알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곧바로 이듬해 자동차 음주운전 금지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술 취한 마부들만 위험천만하게 봤으나 차츰 등장한 관용 자동차, 택시, 버스의 갈 지(之) 운행이 더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동차가 늘면서 음주운전 또한 말썽이 잦자 1934년 총독부는 '자동차 취체 규칙'을 발표했다. 내용은 운전자가 술기운에 운전하거나 운전 도중 담배를 피울 경우 50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는 것이었다. 매우 세게 음주와 흡연을 똑같이 단속했으니 오늘날보다 아주 반듯하게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하기야 요즘에는 휴대전화를 금지하고 있으니 단속 기준도 시대상을 반영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혈중 알코올 0.05~0.10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0.10 이상은 면허 취소이며, 0.36 이상은 구속이다. 일본에서는 더 엄해 음주운전을 과속, 무면허와 함께 교통 3악으로 친다. 0.05 이하라도 0.025부터는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만 엔 이하 벌금과 면허 정지다.

◇이 정도 처벌은 약과다. 엘살바도르는 적발 즉시 총살형이다. 터키는 음주 운전자를 시 외곽 30㎞에 떨어뜨려 놓고 집까지 걸어서 가도록 한다. 우리도 음주운전 전력이 있거나 무면허 등은 가중 처벌로 본때를 보인다. 이런 강력한 처벌은 음주 측정 거부나 죽기살기의 뺑소니 사고를 낳기도 한다. 엊그제 수원에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도망치는 차량에 무려 1.6㎞를 끌려가 숨진 끔찍한 사고도 그런 경우다.

◇이 운전자는 경찰관의 팔이 차량 창문에 낀 채로 시속 100㎞로 도주하며 중앙분리대와 차량 2대를 들이박고서야 멈췄다고 한다. 그야말로 음주 단속 하나 피하려고 인생 자체를 망가뜨린 셈이다. 이런 판에 최근 대법원은 단속 기준 0.05 이하인 상태에서는 음주 측정을 거부해도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마구잡이 단속에 경계를 짓는 판결이지만 술꾼들의 객기를 부추기지나 않을까 공연한 걱정이 든다.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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